6·17 대책 발표날 천안·아산 투자자들은 '가즈아'를 외쳤다
"6·17 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지가 될 것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8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짤막한 글 속 링크를 누르자, 한 카카오 오픈채팅방으로 연결됐다. 채팅방 참여자 수는 약 한시간만에 100명 가량 늘었고, 오전 10시가 되자 700명을 돌파했다.
이 방에서는 ‘천안, 아산이 이번 대책의 수혜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분양권 거래에 대한 정보가 오갔다. 아산 탕정면, 천안 성성지구, 청당동 재개발 등 부동산 투자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 10시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세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참여자들의 반응은 더욱 고조됐다.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범위를 수도권 대부분 지역 뿐만 아니라 대전·충청권까지 포함시키는 강수를 뒀는데, 이들이 투자처로 삼은 천안과 아산은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이 방에선 "가즈아~"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가자'를 길게 늘여 발음해서 쓰는 유행어로, 투자자들이 자신이 매수한 주식·가상화폐 등 투자자산의 가격 상승을 바라며 외치는 일종의 주문(呪文)이다. 이날 여러 사람의 입에서 "천안 구도심으로 먹으러 가시죠", "불장(상승장)입니다", "실거주자는 다음에는 집을 못사게 될 겁니다" 등의 말들이 쏟아졌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곳은 경기도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화성(동탄2만 지정) 등이다. 인천에서는 △연수 △남동 △서구가, 대전에서는 △동 △중 △서 △유성구 등이 지정됐다.
또 경기 고양, 군포, 안산, 안성, 부천, 시흥, 오산, 평택, 의정부, 인천(강화·옹진 제외)·대전·청주 등은 조정대상지역이 됐다. 접경지와 동부를 제외한 경기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이 된 셈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의 이런 반응은 그동안 투자 수요가 규제를 피해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어 경기, 세종 등 곳곳으로 거듭 번졌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천안과 아산 등 수도권과 비교적 가까우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또 나타날 것이란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돈줄을 더 옥죄고 규제의 범위를 넓혀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규제 밖 사각지대에서 투자수요는 이를 비웃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천안과 아산은 최근 집값이 단기에 들썩였던 세종, 대전, 청주와 가깝다. 공급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세가 잦아들고 최근 상승 전환한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천안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내내 마이너스를 그리다 11월에 전월보다 0.08% 오른 이후 지난달까지 매월 소폭씩 올랐다.
아산 아파트값은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매월 소폭씩 떨어졌다가 10월부터 전월보다 0.19%오른 이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아산탕정지구 부동산 시장은 작년 10월 10일 삼성이 충남 아산에 있는 탕정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에 1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부터 들썩였다. 올해는 등락을 반복했고 5월에는 0.1% 상승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천안과 아산 주변 인접지역들이 규제지역으로 묶여버린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풍선효과가 심하게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 연구원은 "비규제지역인 천안 및 아산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세종시, 대전, 청주가 규제지역으로 다 묶였다는 점에서 풍선효과가 부각될 가능성도 있어보이나, 실제 수요가 얼마나 옮겨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이 지역 주택 가격 흐름을 따져볼 때 과도한 기대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특히 시세차익을 노리는 세력은 가격이 크게 떨어진 곳, 즉, 저점으로 평가된 지역을 찾아 몰리는데, 천안과 아산의 경우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가격 오름세가 시작됐기 때문에 차익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갭투자자나 묻지마 투자수요 등 투기세력도 이를 감안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비규제지역도 시장이 불안해지면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으므로 풍선효과를 예상하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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