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비규제지역 청약 열기..흥행수표? 함정카드?

이철 기자 2020. 6. 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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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제한 강화 피해라"..청약 경쟁률 수십 대 1은 '기본'
잠잠했던 지역까지 '들썩'.."과도한 투자 경계해야"
지난해 12월 경기도 수원시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조감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19.12.3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오는 8월부터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기로 하면서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부동산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대거 미분양이 났던 지역에서까지 높은 청약 경쟁률은 물론 기존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도 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로 인해 갈 곳을 잃은 유동자금이 전매제한 강화를 앞두고 대거 몰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역이나 입지를 따지지 않는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규제 시작 전 아파트 마련"…수도권에 부는 '청약 광풍'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인천을 비롯해 화성 등 수도권 비규제 지역의 청약 열기가 뜨겁다.

지난 4일 1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연수구 '더샵 송도 센터니얼'은 190가구 모집(특별공급 물량 제외)에 총 2만7251명이 신청해 평균 청약 경쟁률이 143.4대 1을 기록했다. 최근 분양한 화성 '신동탄포레자이'도 일반분양 739가구 모집에 5만8000여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70.2 대 1에 달했다.

지난달 11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으로 8월부터 사실상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에서 분양권 전매가 원천 봉쇄되자 마지막 전매 가능한 물량을 잡기 위해 수요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토교통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에서 의무 거주 기간을 최대 5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전매제한 기간이 긴 곳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2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경기 화성 '동탄역헤리엇'(6년 전매제한)은 375가구 공급에 5만6047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149.5대 1에 달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8월 전매제한 규제와 정부가 추진하는 의무거주기간 강화 방안을 앞두고 수요자들의 신축 아파트를 구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청약 열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2019.11.8/© 뉴스1

◇수도권 북부까지 '주목'…"지나친 과열 경계해야"

전통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몰렸던 인천, 수도권 남부 외에 수도권 북부 지역에도 청약 열기가 전달되고 있다. 의정부시 가능1구역을 재개발해 공급하는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포레’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인기 지역으로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양주시까지 외지인들의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다. 해당 지역 청약에서 미달이 나더라도 경기와 기타 지역의 힘으로 청약이 순위 내 마감되고 있다. 이미 분양한 단지의 경우 분양권 프리미엄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붙는 상황이다.

'양주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레이크시티'는 지난달 20일 청약에서 평균 3.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타입 1순위로 청약을 마감했다. 양주 거주 주민들의 1순위 경쟁률은 타입별 1.13~5.29대 1 정도였지만 기타경기지역은 5.53~26대 1을 보였다. 기타지역 역시 2.98~13.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양주옥정신도시 대성베르힐'도 1·2순위 청약 결과 일반공급 750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모두 2075건이 접수돼 평균 2.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청약마감에 성공했다. 해당지역 청약의 경우 1순위에서 전 타입 미달을 기록해 지역 주민들에게 외면받았지만, 기타경기지역 청약 경쟁률이 평균 1.85~3.05대 1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 주요 지역에 대한 강한 규제로 갈 곳 없는 유동성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규제 예고로 인해 지나치게 과열된 지역에 투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양주지역의 경우 올해 약 1만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라 단기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높은 프리미엄 차액을 기대하면서 청약을 하거나 규제를 회피하는 투자를 한다고 해도 입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은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천 등 최근 과열지역에 편승해서 그동안 외면했던 지역까지 가격이 오르는 것인데, 무리한 투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양주, 수원, 인천, 광명, 평택 등에 분양물량이 많은 편"이라며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갑자기 분양권 전매수요가 생긴다든지, 외지인의 매입 비율이 증가한다든지,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늘어나는 곳은 경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거주 목적 혹은 자금력이 풍부한 수요자가 거래하는 것은 관계없다"면서도 "하지만 대출을 끼고 차액을 챙길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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