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뺨 치는 오피스텔.."공급과잉·양극화 주의해야"

유병훈 기자 2020. 6.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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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너무 낮으니까 뭐라도 사고 싶은데, 아파트를 사는 건 부담이 커서요. 그래서 오피스텔을 투자 대안으로 보는 거죠."(오피스텔 투자자 A씨)

아파트 등 주택에 대한 투자 길이 각종 규제로 막히자, 일부 오피스텔 가격이 치솟고 있다. 주택으로 갈 돈이 오피스텔로 가면서 풍선효과를 내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투자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오피스텔 시장도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 아파트 부럽지 않은 인기, 아파트 못지않은 가격

오피스텔 가격이 아파트 가격에 비견될 만큼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27일 분양한 현대엔지니어링의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 B블록의 전용면적 84㎡짜리 오피스텔의 분양가는 10억5300만원~11억7697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인근에 분양했던 주상복합아파트 롯데캐슬 SKY-L65의 전용면적 84㎡ 분양가는 8억4620만~10억5970만원이었다. 주상복합아파트보다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더 높게 책정된 셈이다.

구축 오피스텔의 가격도 오름세다. 2003년 7월에 준공된 서울 목동 하이페리온 오피스텔 전용면적 137.4㎡은 지난 4월 17억4000만원에 매매됐다. 지난해 10월 매매가(14억원)보다 3억4000만원이 올랐다. 2004년에 지어진 서울 목동의 ‘목동 굿모닝탑’의 전용면적 112.9㎡도 지난 3월 10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매매가(9억4700만원)보다 7300만원이 올랐다.

거래량도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오피스텔 거래량은 모두 9848건으로 지난해 1분기에 비해 41.8% 급증했다. 특히 서울(66.9%)과 경기(67.6%)는 모두 66%이상 늘었다. 대구 역시 53.3% 늘었다.

◇오피스텔에 왜 돈이 몰릴까 "대출되고, 세금 부담 적다"

이처럼 오피스텔에 돈이 몰리는 것은 지난해 12월 16일에 발표한 주택안정화 대책(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가 발생한 탓이다. 12·16 대책은 9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인정 비율을 줄이고,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은 허용하지 않는 고강도 대출 규제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이와 같은 규제를 피해갔다. 분양가의 7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다. 또 오피스텔을 가진 채로 아파트 청약에 나서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오피스텔 투자자 이모씨(42)씨는 "청약통장 없이 아파트와 비슷한 투자상품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오피스텔 투자로 눈을 돌렸다. 대출도 가능하니 자금 부담도 없다"면서 "살기 좋은 오피스텔이라면 아파트 대용으로 찾는 신혼부부 수요도 많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 공급과잉·지역별 양극화 주의해야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 시장 전망을 무작정 낙관하고 섣불리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지역에 따라 되는 오피스텔만 되는 양극화 현상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가 정보업체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분양된 오피스텔 수는 9만실 수준이었다. 올해에도 전국적으로 7만6979실에 준공될 예정이다. 오피스텔 입지별로 차이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분양된 16곳의 오피스텔 중 8곳의 청약 접수가 미달됐다. 대전·인천 등 일부 오피스텔 분양시장에서는 수백대 일, 수천대 일의 청약 경쟁률도 나왔지만, 지난 4월 분양한 신제주 연동 트리플시티 오피스텔의 경우 441실 중 불과 31실만 청약하기도 했다. 같은 달 부산에서 분양한한 맨해튼 줌시티 금융단지 오피스텔도 396실 중 27실이 청약해 미달했다.

조 연구원은 "최근 몇년새 오피스텔 공급량이 늘면서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며 "오피스텔의 가치는 입지가 가장 중요한 데, 대규모 업무단지가 있어 직주근접이 가능한 서울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오피스텔 가격이 너무 높아져서 시세차익을 얻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오피스텔 투자는 시세 차익보다는 월세 수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매입가가 너무 올라 수익률이 많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분양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분양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홍보가 많은데, 오피스텔은 감가상각이 심한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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