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 불끄기.. 다음 대책은 '분양 후 의무 거주'

성유진 기자 2020. 5. 15.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분양 받은 뒤 전세 놓는 방식의 주택 매입 어려워질 듯]
분양가 상한제로 '로또 분양'.. 집값 떨어지는데 청약만 과열
분양권 전매 금지 등 잇따라 규제.. 투자 목적 주택매입 차단 노려
"현금 동원력 부족한 30·40대 청약시장서 소외될 우려"

최근 정부가 청약 시장 과열 방지를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수도권과 지방광역시까지 분양권 전매(轉賣)를 금지한 데 이어,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 가능한 무순위 청약의 장벽을 높였다. 정부는 다음 단계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주택 당첨자에게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청약 시장을 통한 투기를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을 과도하게 옥죄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순위 청약 규제 강화 이어 분양권 전매 금지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분양 시장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새 아파트 가격은 결국 오른다는 믿음이 강한 데다, 서울 등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수억원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분양된 단지 중 40% 이상이 20대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시장이 과열되자 정부는 지난 11일 수도권 대부분과 지방광역시에서 공급되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2017년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난 2월 조정대상지역의 분양권 전매를 묶은 데 이어 대상 지역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 당첨받은 후 되팔기 위해 청약 시장에 진입하는 투기 수요가 많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무순위 청약에 대한 규제도 강화했다. 무순위 청약 물량은 본청약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취소 등으로 잔여분이 생기는 경우에 나온다. 주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어 다(多)주택자에게 청약 기회가 돌아간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부는 작년 5월부터 서울 등에서 예비 당첨자를 전체 공급 물량의 500%까지 선정하도록 했고, 지난 3월부터는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예비 당첨자 비율도 기존 40%에서 300%로 확대했다. 예비 당첨자를 늘려 무순위 청약 물량이 사실상 나오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다음 카드는 실거주 의무화

정부가 내놓을 다음 카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의무 거주 기간 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분양가 상한제 주택 입주자는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에 계류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반기 분양가 상한제 본격 시행 시기에 맞춰 연내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청약 당첨자가 입주 기간에 해당 주택에 들어오는 게 불가능할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집을 팔아야 한다. 지자체에는 입주민이 실제 거주하고 있는지 조사할 권한을 준다. 거주 여부를 속이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다만 해외 체류 등 부득이한 경우엔 해당 주택에 거주한 것으로 인정한다. 이 법안을 두고 이미 전매 제한 제도가 있는데 거주 의무 기간까지 두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전세 공급이 위축돼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의 잇따른 조치가 청약 시장 과열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청약 과열이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지속적인 집값 상승에 기인한 만큼, 인기 지역의 청약 열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지난 3월 청약을 받은 경기도 '과천 제이드 자이'는 공공 분양이라 전매 제한 10년, 의무 거주 기간 5년이 적용됐지만 2만5000여명이 몰리며 경쟁률 193대1을 기록했다.

청약 가점이 낮고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30~40대가 청약 시장에서 소외되는 현상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 청약 당첨 후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고, 후에 돈을 모아 본인이 입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며 "중도금과 잔금 대출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청약 시장이 현금 부자에게만 계속 유리해지고 있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