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8000가구 미니 신도시, 文정부 첫 서울도심 대규모 공급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 활용
2023년부터 7만가구 공급키로
정부가 서울의 인기 주거 지역인 용산에 80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건설하고 재건축 제한을 완화하는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도심에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국토교통부는 6일 코레일의 서울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에 주택 8000가구 등 향후 서울에 7만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 담긴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그동안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서울 도심 재개발 단지에 LH·SH 등 공기업이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일부 규제를 완화해 주택 4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도심 내 공장 이전 부지 등 유휴 공간을 활용해 1만5000가구, 국·공유지 등 도심 내 유휴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1만5000가구 등 서울 도심에 총 7만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23년 이후에는 수도권에 연평균 25만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산 정비창 부지(51만여㎡)는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에 포함됐던 곳으로, 서부이촌동 일대(56만6800㎡)까지 묶어 5000여가구 최고급 주택을 조성할 예정이었지만 자금난 등으로 2013년 사업이 백지화됐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과거보다 3000가구 늘어난 8000가구의 주택이 들어서게 되며, 일부 오피스텔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파트를 짓게 된다. 이 중 5000~6000가구는 일반 분양, 나머지 2000~3000가구는 임대주택으로 공급될 계획이다. 용산 정비창 도시개발사업은 내년 말 구역 지정, 2023년 말 사업 승인을 거쳐 이르면 2024년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실제 공급이 얼마나 늘어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펴왔던 정부가 서울 도심에 대규모 공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날 공개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는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금기시하던 규제 완화나 도심 내 핵심 입지 개발 사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지금껏 “서울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며 수요만 옥죄던 모습과 상반된다. 특히 8000가구 규모 용산 미니 신도시나 재개발 사업지 분양가 상한제 면제 조치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임대주택 늘리면 분양가 상한제 면제
이번 공급 대책을 통해 정부는 서울 시내에 총 7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가장 많은 4만 가구가 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추진된다.
정부는 재개발 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이 공동 시행자로 참여하는 경우, ‘공공 재개발’로 분류하고,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10년 이상 걸리는 사업 기간을 5년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 사업비 저리(低利) 대출, 저소득층 조합원 분담금 대납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조합원에게 부과되는 비용(분담금)을 LH·SH가 사전에 확정하고 추후 사업 여건이 변하더라도 이를 보장해주는 ‘책임 시행’도 도입한다.
특히 ‘주택공급활성화지구’라는 제도를 신설하고, 지정된 사업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면제해 준다. 다만, 이 혜택을 받으려면 새로 짓는 아파트 중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일반 분양 물량의 50% 이상을 공적(公的) 임대주택(공공임대·공공지원민간임대)으로 제공해야 한다. 대신 정부와 서울시는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건축 규제를 완화해 수익성을 보전해준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 내부 갈등이나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사업 속도를 못 내는 조합들을 지원해 도심 내 주택을 늘리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는 서울 강남권 등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빈 공장터·공실 업무시설도 활용
정부는 도로변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200가구 미만 공동주택을 재건축하는 ‘미니재건축’ 등 소규모 정비사업도 활성화해 1만2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용적률(토지면적 대비 층별 건축면적 총합의 비율) 혜택을 받으려면 건축되는 주택의 20% 이상을 공적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했지만 앞으로는 10%만 내면 된다. 또 공용주차장을 만들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면 입주민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주차장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준다.
도심 내 유휴공간을 재활용하는 방안도 눈에 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등 준공업지역의 옛 공장 터를 주거·업무 복합지역으로 개발하고 도심 업무시설이나 상가의 빈 공간에는 1인 가구용 공공임대주택을 넣는다.
정부는 또 3기 신도시 등 기존에 추진하던 수도권 주택 공급대책 중 약 9000가구에 한해 본 청약 1~2년 전에 미리 청약받는 ‘사전 청약제’를 도입한다.
◇용산 신도시, ‘헬리오시티+둔촌주공’ 공급 효과
이번 공급 대책을 기존 대책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서울 도심 내에 8000가구 규모로 짓는 용산 ‘미니 신도시’다. 서울 시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용산에 8000가구 중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최대 6000가구 정도가 일반에 분양되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내에서 6000가구는 적지 않은 규모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사업이 마무리된 재건축 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큰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체 가구 수는 9510가구지만 이 중 조합원 분을 제외한 일반 분양은 1558가구에 불과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도 일반 분양은 4700가구 정도로 예상된다. 용산 미니 신도시 하나만으로 강남 최대 재건축 단지 두 개에 맞먹는 주택 순증(純增)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용산이 가진 상징성과 잠재가치를 고려할 때 획일화된 주택을 짓는다면 도시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역임한 제해성 아주대 명예교수는 “용산 같은 도심에 주택을 늘리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땅의 가치에 걸맞은 다양한 주택이 들어설 수 있도록 압축·고밀(高密) 개발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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