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는 분양가 상한제 연기론..코로나 향방에 달려

2020. 3. 1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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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 총회 잇단 무산에 물리적 일정 뒤로 밀려
조합·주택업계 민원 쏟아지자 국토부 고심..금주 연장여부 결정

[헤럴드경제=문호진 기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 만료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수가 작용하면서 상한제 적용 시기가 한 차례 더 연기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려면 조합 총회 등을 거쳐 내달 말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총회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물리적 일정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정부는 재건축 조합의 민원과 주택업계의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6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그동안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관련해 접수된 정비조합 등 업계와 구청 등의 민원, 자체 파악한 정비조합의 사업 진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금주 내 유예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작년 10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선 시행을 6개월간 미뤄주기로 했다.

해당 단지는 다음 달 28일까지 일반분양분에 대한 입주자 모집 공고를 마쳐야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에 일정을 서둘러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 재건축 총회발 전파 사례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총회 등 일정을 미루도록 했다.

그러자 조합 등 업계는 천재지변에 해당하는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지연됐고 당분간은 총회 등을 열면 감염 위험이 있다며 아예 제도 유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내 구청 중 강동구가 최근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은평구와 동작구와 서초구, 강남구 등이 이와 같은 의견을 낸 바 있는데, 강동구가 주목되는 것은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단지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4786가구가 나올 예정으로, 3∼4월 서울 분양물량의 42%를 차지하고 있어 정부는 이곳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둔촌 주공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4월 분양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3550만원으로 책정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HUG는 3000만원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 단지 철거공사 현장. 분양가 산정을 두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월 분양이 불투명해졌다.

최근 조합이 HUG에 분양 보증 신청을 했지만 HUG가 보증을 내줄 가능성은 적다.

결국 아예 후분양으로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면 분양가를 다시 정하는 관리처분계획변경 인가 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지만 일정이 매우 촉박하다.

조합과 구청만 아니라 주택 관련 단체들도 민원을 접수했다.

최근 재건축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가 유예기간 3개월 연장 의견을 담은 건의서를 냈고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주택 관련 단체들도 국토부에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같이 수렴된 모든 의견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보면서 유예 연장 여부를 결론 낼 예정이다.

대구 경북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산세는 어느 정도 잡았지만 수도권과 세종시에서 국지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집단감염 사태가 언제든 터져 나올 수 있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제도 시행을 연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총회 현장에서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게 되면 정부의 책임론이 대두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유예한 경우 부동산 시장에서 이를 규제 완화로 해석하게 되면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것도 고민거리다. 최근 정부의 수원 등지에 대한 조정대상지역 신규 지정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경기 군포나 오산, 인천 등지에서 새로운 풍선효과가 관측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확진자가 강남에서 열린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일어난 경험은 국토부에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정비조합의 민원을 직접 받아내야 하는 서울시내 구청들도 중간에서 고충이 크다.

일단 서울시 등의 지침에 따라 총회 개최를 막고는 있으나 정부의 결정이 느려지면서 구청도 고민이 늘고 있다. 정부에 가장 먼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연기 요청을 한 은평구는 관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추가 연기를 다시 요청해야 할 판이다.

한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위한 총회를 야외인 학교 운동장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다른 구청들도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밀폐된 실내보다는 야외가 전염병 감염 위험은 낮기 때문이다.

조합이 그동안은 정부 시책을 따라 총회 일정을 연기했지만 결국 재산권 보호를 내세우며 총회를 강행하겠다고 하면 이를 물리적으로 막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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