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부동자금 리츠로 몰리나..신규 36개·총 공모액 1조원

전형민 기자 2020. 2.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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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완료 22개, 공모금 4426억원..진행중 14개
2019년 8월 운용 중인 리츠 총 공모금의 2배 수준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서울=뉴스1) 전형민 기자 = 지난해 정부의 '9·11 리츠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국토교통부의 인가를 받았거나 절차를 진행중인 신규 리츠(REITs)가 36개, 총 공모금액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갈 곳을 잃은 부동산 시장의 유동 자금이 리츠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투자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부동산투자신탁 상품이다.

◇홈플러스부터 벨기에 연방정부까지 '다양'

9일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리츠 활성화 방안' 이후 국토부의 인가를 취득한 신규 리츠는 총 22개, 자본총계는 1조4611억원(공모금액 4426억원)이었다. 자본총계는 총 공모금액으로, 사모·공모액을 합친 것이다.

서울 역삼동 소재 빌딩을 매입해 운영하는 '하나트러스트제3호', 홈플러스 평촌점을 매입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케이비평촌리테일', 벨기에 연방정부 건물을 매입한 '제이알26호' 등이다. 다만, 신규 리츠는 아직 투자보고서가 작성되지 않아 배당 수익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인가를 완료한 리츠 외에 지난해 9월11일 이후 국토부에 인가를 신청해 절차를 진행 중인 리츠도 14개, 자본총계 1조5738억원(공모금액 6055억원)이다.

리츠 활성화 방안 이후 인가받거나 인가 절차를 진행중인 리츠는 36개로, 총 공모금액은 1조481억원에 이른다. 신규 리츠의 총 공모금액은 대책 발표 전인 2019년 8월 기준 운영중인 총 공모금액(4659억원)의 두 배를 뛰어넘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는 '상장 리츠' 역시 활성화 방안 이전보다 급격히 늘었다. 9월11일 이전 5개 7131억원(자본총계)에 불과했던 상장리츠는 지난해 10월30일에 상장한 롯데리츠와 12월5일에 상장한 NH프라임리츠 2곳을 포함해 현재 7개 1조2649억원으로 확대됐다.

NH프라임리츠는 서울스퀘어, 강남N타워 등의 지분을 담았고,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 4개, 마트 4개, 아웃렛 2개를 기초자산으로 여기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5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엔에이치프라임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유가증권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상장기념패 전달 후 손병환 NH금융지주 상무(왼쪽부터), 김원대 한국IR협의회 회장, 김광수 NH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철수 NH농협리츠운용 대표이사,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 김정운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이 박수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2019.12.5/뉴스1

◇'12·16 대책' '세제 혜택'…마중물 역할 이처럼 리츠 시장이 확대된 까닭으로 정부의 '12·16 대책'이 꼽힌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직접투자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리츠 시장으로 투자 자금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1.25%로 추락해 사실상 예·적금 등 전통 금융상품들이 투자가치를 잃었고, 국토부와 기획재정부의 리츠 활성화 방안 중의 세제 혜택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이 방안에는 리츠 투자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개인도 소액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리츠에 대한 혜택을 더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소액을 투자해 부동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간접투자 형태인 리츠가 부동산수익의 공평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리츠의 인가·등록의 소요 시간을 줄이는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말로 예정된 국토법 전면 개정안에 인가 체계나 심사, 등록 체계를 손볼 계획이 있다"고 귀띔했다.

◇리츠 시장, 당분간 전망 '맑음'

당분간 상장 리츠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이달 중 메리츠증권의 벨기에 대형 오피스인 '파이낸스타워'에 투자하는 공모리츠의 상장이 임박했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부동산을 담은 공모리츠를 내놓는 첫 사례다.

글로벌 물류기업 ESR의 계열사인 켄달스퀘어(Kendall Square), 부동산개발회사인 서부티엔디와 신한리츠운용이 오는 7월을 목표로 준비중인 서부신한알파리츠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기존에 상장된 리츠들도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대우건설의 '투게더투자운용'은 지난해 12월 국토부로부터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 본인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대우건설과 기업은행, 교보증권, 해피투게더하우스(HTH) 등 4개사가 공동출자하며 초기자본금은 7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개발리츠나 임대리츠에 직접 출자함으로써 디벨로퍼의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또 지금까지 대부분 국내 리츠가 대기업의 부동산 자산관리 수준에 그친 것과 달리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공모 리츠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해외 개발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며, 상업시설·오피스 등 다양한 실물자산도 매입해 운용할 계획이다.

maver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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