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강남은 강남이에요"

김창성 기자 2019. 10. 1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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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도입키로 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주 타깃이다. 정부가 원하는대로 집값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과거 시행 경험이 있는 채권입찰제 등의 추가대책도 거론된다. 부동산투기와 끝장을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도 강남은 버티는 형국이다.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강남과의 전쟁’ 선택한 정부-하] 지금 강남 3구는?

정부가 또 하나의 부동산시장 규제 카드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꺼내들었지만 정작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대체로 자신감이 넘친다. 정부 규제가 아무리 강해도 강남 가치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에서다. 다만 규제 강화와 함께 분양가상한제까지 드리운 탓에 갈수록 재건축 일정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공존한다. 도입이 임박한 분양가상한제를 대하는 강남 표정은 자신감과 우려가 교차한다.

철거 중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강남] 변함없는 자신감

“답답하지만 결국 강남은 강남이에요.”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주민 A씨는 허름한 아파트를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은 지 37년 된 노후 아파트여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최근의 복잡한 시장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며 “개포동이나 도곡동 일대 새 아파트가 올라간 모습을 보면 부러운데다 우리만 재건축이 늦어진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야속하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쉽게 떨어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했다.

실제 이 지역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아파트와 길 건너 은마아파트 매물은 최근 호가가 1억원이 올랐다.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10·1대책에도 직접 영향을 받지 않은 단지여서 호가가 크게 올랐다”며 “앞으로 재건축 성사 여부를 쉽게 장담할 수 없지만 강남 대표 학군 밀집지역이란 프리미엄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분양가상한제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개포주공1단지도 한시름 놨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유예 조치로 내년 4월까지 분양공고를 신청하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게 돼서다. 다만 일정이 빠듯해 내부적으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분위기다.

인근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7월 마지막 1가구가 퇴거하고 현재 석면 철거를 진행 중”이라며 “조합은 내년 3월 착공 뒤 4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할 방침인데 중간에 작은 변수라도 생기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 우성 재건축 현장 뒤쪽에 신반포센트럴자이 공사현장.

◆[서초] “마음 비우기 쉽지 않다”

서초구 반포 일대도 신반포3차·경남, 반포 우성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대거 분양가상한제 유예 범위에 들면서 들썩이는 모습이다. 이들 단지는 각종 규제로 모두 후분양까지 검토했을 만큼 울상짓던 곳이었지만 6개월 유예 범위에 들면서 희망을 걸고 있다. 그렇다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상황은 아니다. 일정이 빠듯해 유예 범위에 들기까지 아슬아슬하기 때문이다.

잠원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반포3차·경남은 표면적으로 유예 범위에 든 것으로 보이지만 조합원 동·호수 추첨과 지반조사 마무리 등 변수가 많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지하철 3·7·9호선 트리플 역세권과 각종 편의시설 등이 도보권인 최적의 입지여서 부르는 게 값”이라고 치켜세웠다.

조합원 E씨는 “분양가상한제를 피해도 어차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는 여전하지 않냐”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차라리 우리 상황에 맞게 차근차근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주민 대다수가 마음을 비우기 쉽지 않다”고 씁쓸해했다.

또 다른 조합원 F씨는 “시장에선 ‘로또’라고 얘기하지만 조합원들은 투기꾼이 아니라 실거주자”라며 “정부가 일부 유예 기간을 줬어도 대부분의 단지는 변수가 많아 일정 맞추기가 빠듯한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철거를 준비 중인 송파구 미성 아파트.

◆[송파·강동] 우리식대로 간다

송파구는 강남·서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고 유예 범위에 든 단지도 적다. 대표적인 곳이 미성·크로바 아파트다. 지난 7월 이주를 끝낸 이 단지는 철거를 준비 중이지만 분양 일정은 미지수다.

인근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이란 확실한 장점이 있어 규제 여파에도 미래 가치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며 “다만 현재 재건축 설계를 다시 추진 중인데다 사업성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필요가 없다는 내부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번 유예 대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동구 둔춘주공1단지의 경우 ‘최악은 면했다’는 분위기다. 후분양을 검토하는 등 사업 진행에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유예 범위에 들면서 숨통이 트였다. 둔촌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0·1대책 발표 이후 둔촌주공1단지의 호가가 5000만원 이상 올랐다”며 “추가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두는 이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내년 3월쯤이면 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대책 발표 직후 오른 호가에도 안 팔고 지켜보는 분위기가 짙다”며 “다만 조합이 원하는 분양가는 3.3㎡당 3500만원 선인데 HUG는 이보다 1000만원 가량 낮춰 고분양가 통제에 나설 것으로 보여 늦기 전에 팔려는 문의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4호(2019년 10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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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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