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유예' 혜택 2만5000가구 그칠 듯

최진석/전형진/양길성 2019. 10. 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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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처분 61개 단지 조사해보니
내년 4월까지 분양가능 25곳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61개 단지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유예를 적용받을 단지는 25개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았으나 이주를 시작하지 못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한경DB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25개(2만5000여 가구)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지만 내년 4월까지 분양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단지가 정부 예상치(61개 단지 6만8000가구)의 3분의 1 수준이어서다.

정부는 지난 1일 ‘10·1 부동산대책’을 통해 내년 4월 말까지 분양에 나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61개 단지, 6만8000가구가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일 한국경제신문이 유예 대상이 된 관리처분인가 신청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내년 4월까지 분양이 가능한 곳은 25개 단지(2만5000여 가구)에 그쳤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고 해도 조합원 이주를 마친 뒤 이달 철거를 시작해야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서울 재건축 단지 61개 가운데 절반 정도는 상한제 유예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철거에만 최소 석달…반포주공1 등 30여 곳 상한제 못 피할 듯


국토교통부가 지난 1일 ‘10·1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서울 시내 재건축·재개발 단지 현황(61곳, 6만8000가구)을 공개한 이유는 이 중 상당수가 6개월 내에 입주자모집공고(분양) 단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유예기간 내에 그동안 미뤄졌던 정비사업들이 분양을 하면 상당한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과 정비업계는 실제 분양단계까지 갈 수 있는 곳이 정부 예상치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상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이주 및 철거 작업을 한 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서 발급, 구청의 분양승인 절차를 거친다. 이 모든 절차를 6개월 내에 마무리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보통 이주하고 철거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며 “철거를 막 시작한 단지도 민원 등이 발생하면 6개월 내에 마무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초 재건축 조합들이 요구했던 유예기간은 2년이다.

유예 가능 단지 2만5000가구

2일 한국경제신문이 서울시 클린업시스템과 각 재건축·재개발 조합을 통해 분석한 결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 61곳 중 내년 4월까지 분양이 가능한 곳은 25개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6만8000가구 중 36.7%(2만5000여 가구) 수준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이주와 철거를 거쳐 분양에 나선다. 일반적으로 이주에 4~6개월, 철거에 3~4개월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이달 철거를 시작해야 물리적으로 내년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할 수 있다. 철거를 시작해 분양가 상한제 유예가 가능한 단지로는 신반포3차·경남(2433가구), 개포주공4(2840가구), 둔촌주공(5930가구) 등이 포함됐다.

이들 단지마저 내년 4월까지 분양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조합 중 상당수는 “6개월의 유예기간 내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강북의 A단지 조합장은 “이주가 90% 정도 마무리됐다”며 “이달 중 철거를 시작한다 해도 6개월 내에 관련 절차를 다 밟을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고 말했다. 이상우 익스포넨셜 대표는 “유예 적용을 받을 단지는 1만 가구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HUG 분양가 통제도 부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다고 해도 별 실익이 없다고 조합들은 주장했다. HUG를 통한 분양가 규제가 더욱 심해지면서 일부 단지는 주변 시세의 60% 수준에 일반분양을 해야 하는 까닭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일반 분양가를 3.3㎡당 3600만~3800만원으로 희망한다. 그러나 올초 HUG는 이 단지 일반 분양가를 3.3㎡당 2500만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조합이 제시한 분양가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HUG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반분양이 불가능하다. 분양의 필수조건인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아서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HUG 규제로 분양가가 낮아지면 둔촌주공 조합원은 억대 부담금을 추가로 내야 해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둔촌주공 조합원 중에는 부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반포동에선 신반포3차·경남 조합이 분양가 산정으로 고민하고 있다. HUG 기준을 적용하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60% 정도인 4000만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국토부는 정비사업 단지들에 대해 분양을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분위기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서 “집값 불안이 지속되면 이달 말 즉시 상한제 적용 대상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과거 사례를 봐도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공급이 줄지는 않았다”며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막으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진석/전형진/양길성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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