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탓 일산 폭락.. 김현미 "사실 아니다"는 사실일까

서윤경 기자 2019. 5. 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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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로 하락 확대, 증여 등도 원인.. 위례, 10억 아파트가 5억원에 매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를 추가 발표한 뒤 기존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교통 등 약속한 인프라 개발은 더딘데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가 생기면 집값은 하락할 거라는 게 반발의 이유다. 이미 경기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 신도시 집값이 하락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23일 ‘수도권 서북부 1·2기 신도시 보완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억원, 5000만원 떨어졌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3기 신도시가 ‘일산과 검단 등 기존 신도시에 타격을 줄 우려가 크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김 장관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에 일산을 비롯해 고양 지역 집값이 많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대표적으로 5000만~1억원 떨어졌다는 기사 있어서 확인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주 한국감정원 조사로는 0.19% 떨어졌다. 다른 조사는 또 다르다”면서 “전체적으로 서울 집값은 28주째 하락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 되고 있기 때문에 일산이 큰 기조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일단 매주 관련 기관들이 내놓는 부동산 가격 정보를 보면 김 장관의 말이 맞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서울, 지방 모두 하락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인근을 비롯해 기존 신도시가 있는 지역들의 아파트 가격이 정부의 발표 이후 하락폭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감정원이 전날 내놓은 5월 셋째 주(2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3기 신도시의 직격탄을 맞은 수도권 아파트값은 -0.06%였다. 수도권 전체로 보면 전주(-0.07%)보다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고양 창릉 인근 지역은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덕양구는 지난주 -0.06% 하락했고 이번 주는 -0.10%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일산 동구와 서구도 지난 주에는 각각 -0.10%, -0.19%, 이번 주는 -0.14%, -0.16% 떨어졌다.

KB부동산 리브온도 주간 KB주택시장동향 자료에서 “고양 일산동구는 기존주택의 거래 실종으로 시장 분위기가 냉랭한 가운데 3기 신도시 발표로 매수 문의조차 사라진 상태”라고 했다. 여기에 경기 파주·김포 등 인근 지역에서 신규 공급까지 이어져 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기 검단신도시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를 보면 지난 22일 1순위 청약접수를 마친 동양건설산업의 검단파라곤은 1순위 65건을 접수받아 전체 874가구 중 809가구가 미달돼 2순위로 넘어갔다. 1순위 청약률로 환산하면 7% 수준이다.

그러나 기존 신도시들의 부동산 불황을 3기 신도시 탓으로만 돌리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검단신도시는 3기 신도시 발표 전에도 지난 1월 분양된 검단신도시 우미린더퍼스트를 제외한 5개 단지가 미분양됐다. 검단파라곤이 2순위에서도 남은 물량의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6개 단지로 늘어난다.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거품이 빠진 것이지 3기 신도시 때문에 폭락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네이버 부동산 화면캡처

여기에 다음 달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세금 폭탄을 우려한 다주택자들이 가격을 낮춰 시장에 매물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자식들에게 값을 낮춰 증여하거나 3기 신도시 발표로 가격이 폭락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급매물을 내놨다는 것이다. 실제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에서는 10억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위례자연앤센트럴자이가 지난달 초 전세가격 수준인 5억원대에 매매가 성사됐다. 지역 주민들은 ‘가격을 낮춘 증여’를 의심하고 있다.

김포한강신도시의 부동산 관계자는 “3기 신도시 때문에 가격이 하락했다는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거래 자체가 사라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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