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회장 자택 101억↑.. 신안 흑산면 주택은 3만원 올라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의 과녁은 명확하다. 그간 시세 반영률이 현저하게 낮은 고가 주택(시세 15억원,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에 화살이 꽂혔다. 고가 주택이 서울에 몰려 있는 탓에 용산·강남·마포구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30%를 웃돌았다. 표준단독주택 22만채 가운데 최고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169억원에서 올해 270억원으로 상승했다. 무려 101억원이 단숨에 뛴 것이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는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증가를 피할 수 없다.
다만 주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저가 주택은 ‘세금 폭탄’을 피했다. 정부는 중저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표준단독주택 중 가장 싼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55만원에서 158만원으로 3만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24일 발표한 ‘2019 표준단독주택 가격공시’를 보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지역은 서울 용산구다. 지난해보다 35.40% 상승했다. 한남동을 비롯해 고가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다. 용산공원 조성사업, 한남 재정비 촉진구역 등 개발호재도 많아 최근 시세가 많이 뛰었다. 신세계 이 회장의 자택도 한남동에 있다. 강남구와 마포구도 상승률이 30%를 넘어섰다. 서초구와 성동구 역시 20% 이상 올라 상승폭이 큰 상위 5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단독주택, 그중에서도 고가 주택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너무 낮은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파트(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68.1%인 데 비해 단독주택은 51.8%에 그쳤다. 시장에서 같은 가격을 형성하는 주택이라도 공동주택이냐 단독주택이냐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다른 것이다. 특히 거래가 드문 고가 단독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전 중구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시세는 3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공시가격은 2억원이었다. 현실화율은 66.6%다. 반면 서울 마포 서교동의 한 단독주택은 시세 71억3000만원, 공시가격 15억30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21.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주택 가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시세 25억원 초과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36.49%나 치솟았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의 경우 21.10% 올랐다. 이와 달리 전체 표준단독주택의 98.3%(21만6000채)를 차지하는 시세 15억원 이하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5.86%에 그쳤다. 전체 평균(9.13%)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폭이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보유자는 세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종부세 세율이 인상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반영비율)도 점차 높이기로 한 만큼 세 부담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의 시세 13억8000만원짜리 한 단독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7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6억8500만원)보다 13.87% 올랐다. 이 주택의 소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214만6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보다 35만4000원(19.7%)을 더 부담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 폭탄’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간 반영되지 않았던 저평가분과 최근 시세 상승분을 반영해 조세 형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중저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지 않아 세 부담도 크게 늘지 않는다. 서울의 시세 4억4500만원짜리 한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2억7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9.24% 올랐다.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46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만2000원 느는 데 그친다. 경남 거제시, 전북 군산시 등 공시가격이 오히려 하락한 지역에서는 세금이 줄어드는 주택 보유자도 있다.
또한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료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한 ‘재산보험료 등급표’에 따라 산출된다. 공시가격이 올라도 이전과 같은 등급이라면 건강보험료는 오르지 않는다. 예컨대 서울에 시세 10억4000만원짜리 한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6억3700만원으로 8.89% 올랐지만 등급에는 변함이 없다. 이 단독주택 보유자(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월 16만1000원으로 같다. 여기에다 보건복지부는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에서 재산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주택 보유자가 기초연금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하위 70%에 지급된다.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주택가격도 포함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수급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탈락자가 나온 만큼 새로 수급 자격을 얻게 되는 사람도 생긴다. 오히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기초연금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관심은 현재 진행 중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가격에 쏠린다. 국토부는 가격조사, 검증, 의견청취 등 절차를 거친 뒤 4월 30일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시할 예정이다. 표준지 공시가격은 다음 달 13일 공개된다. 공동주택과 토지는 단독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아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김영선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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