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당·정·청 주택 공급책 내놓았지만.."시장 인식 부족은 여전"
지난 8·2 부동산 대책 때부터 지적된 서울 주택 공급 부족의 심각성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뒤늦게 인식하며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서울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과 더불어 이미 집값이 지나치게 과열된 터라 공급 대책이 한발 늦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방송 뉴스 인터뷰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신혼부부나 중산층·서민 중에서 실수요자가 요구하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정부처럼 대규모로 추진해 투기 수요를 불러일으키거나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는 식은 아니다"라고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같은 날 공중파 TV 뉴스 인터뷰에서 "서울시와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집값 급등에 대응하고 있다"며 "도심 안에서 도시 정비 사업 규제를 완화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8·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수도권에 신규 택지 14곳을 새로 발굴해 24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부자 증세’만 외치던 정치권도 주택 공급 정책을 들고 나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정부가 공급 대책을 이른 시일 안에 제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폭등을 해결할 방법으론 주택 공급량을 대폭 늘리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서울 주택 공급이 계속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하다가 1년이 지나서야 서울 도심에 주택 공급을 늘릴 방법을 고민하고 나섰다. 청와대와 정치권도 마찬가지. 이전 당·정·청 협의에서 나온 부동산 대책은 공급 대책보다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같은 수요 억제 일변도였다.
공급 고민을 시작한 건 긍정적이지만 당·정·청이 아직도 투기 수요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보고, 서울 공급이 충분하다고 인식하는 건 문제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김현미 장관은 3일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투기 심리를 부추기고 결국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안 심리가 가중됐다"는 점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았다. 국토부는 수도권에 신규물량이 충분하지만,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어 택지를 조성해 추가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시장을 ‘실수요와 투기세력’으로 이분화해 보고, 부동산 시장이 흐르는 방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시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 수요를 단순히 투기세력으로 보면 안 되고, 주택 공급량도 숫자로 따질 게 아니라는 것이다. 양질의 민간주택과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도심권에서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지만, 이 수요를 만족할 만한 공급이 없어 서울 집값이 오르는 건데, 정부는 이런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몰고 있다고 설명한다. 거주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수도권 외곽에 집을 짓고 공급이 충분하다는 얘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제야 공급대책이 언급되는 건 다행이지만, 불붙은 시장 열기를 당장 잡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택지 공급부터 입주까지 적어도 5년 이상이 걸리고, 핵심 입지에 주택이 얼마나 공급될지, 과연 정부 계획대로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 등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정부가 바로 착수할 수 있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택시장 활성화 등이 대안으로 꼽히지만, 이는 기존 정책 기조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재개발 정책 완화와 그린벨트 해제, 학교·철도부지 등 도심 내 유휴지 활용을 통해 도심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정부가 고민 중인 것 같다"며 "중요한 건 무주택자들이 좋은 입지에서 공급되는 양질의 주택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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