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챙겨 잠적.. 은퇴자 울리는 '먹튀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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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강원 홍천군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던 박모 씨(53)의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지고 말았다.
올해 3월 계약한 건설업체가 추가 비용을 달라며 공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애초 계약과는 달리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돌연 잠적해 버리는 이른바 '먹튀 건설사'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했을 경우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민사소송뿐인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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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은퇴 후 강원 홍천군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려던 박모 씨(53)의 계획은 처음부터 틀어지고 말았다. 올해 3월 계약한 건설업체가 추가 비용을 달라며 공사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요구한 돈은 계약금 7000만 원의 절반이 넘는 4000만 원. 박 씨가 “계약 내용과 다르고 금액도 터무니없다”며 맞섰지만 업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미 공사비로 6300만 원을 지불한 뒤였다. 발만 동동 구르던 박씨는 결국 최근 은행에서 4000만 원을 빌려 업체 요구대로 공사비를 댔다.
애초 계약과는 달리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돌연 잠적해 버리는 이른바 ‘먹튀 건설사’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다. 도심 외곽 등에 전원주택이나 원룸 건물을 지어 노후를 대비하려는 베이비붐 세대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면서 인생 제2막을 준비하려던 사람들의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어머니와 제주도 농촌지역으로 귀촌을 결심한 채모 씨(34)는 박 씨보다 더 황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시 구좌읍의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주기로 한 건설업체가 갑자기 잠적한 것이다. 공사비 5000만 원을 받아간 업체가 한 일이라곤 건설자재 일부를 현장에 가져다놓은 것뿐이었다. 알고 보니 이 건설업체 대표는 비슷한 피해자들로부터 피소돼 관련 민사소송이 3건이나 진행 중인 상태였다. 결국 채 씨는 업체가 가져다놓은 자재로 직접 집을 고쳐야 했다. 그는 “제주도 등에 집을 지으려다가 나 같은 건설 관련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적지 않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지성아빠의 나눔세상’에는 최근 박 씨나 채 씨 같은 건설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은퇴를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 대부분이 건물을 지어본 경험이 없는 데다 젊은층보다 정보 수집 능력이 약해 건설사기를 당하기 쉬운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피해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 건설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자격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부실업체가 덩달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기 때문.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6만5469곳이던 건설업체 수는 2015년 6만7897곳으로 2428곳 늘었다. 이 중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중소업체가 94.5%(2015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평균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지 않는 중소업체 비율은 99.7%까지 올라간다.
더 큰 문제는 피해를 당하더라도 뾰족한 보상 대책이나 구제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했을 경우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민사소송뿐인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채 씨는 “판결이 나는 데만 2년 넘게 걸리는 데다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이 집 짓는 비용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박 씨 역시 “업체 쪽에서도 어차피 소송을 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막무가내로 억지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공급자(건설사) 중심의 기존 건축 관련 법들로는 수요자의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건설사기 피해를 구제해줄 수 있는 법적·행정적 절차를 보완하고 부실 업체를 걸러낼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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