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兆 도시재생 시작된다, 노후 주거지 들썩
서울 용산구 중림동 ‘삼성싸이버빌리지’ 전용면적 60㎡는 올해 초 4억9250만원이던 시세가 이달 들어 5억5500만원까지 올랐다. 5월 대선 직후 2000만원이 뛰더니, 정부 6·1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에도 2500만원 정도가 더 올랐다. 서울시가 2019년까지 중림동 일대 50만㎡에 178억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계획을 발표한 덕분이다.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공원으로 만든 ‘서울로7017’이 개장한 것도 집값 상승에 일조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새 정부 핵심 공약인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에 반영된 것”이라며 “일대 아파트는 물론 빌라나 단독주택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수도권 노후 주거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5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 노후 도심의 주거 여건을 정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도시재생 뉴딜은 낙후된 도심과 주거지를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닌 도로를 정비하고 마을 주차장, 어린이집, 무인택배센터 등을 지원해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아파트 중심의 주택 시장에서 외면받던 다세대·연립주택 거래가 활기를 띠고 가격도 오름세다. 출구 전략을 찾던 재개발·뉴타운 사업지가 다시 주목받으면서 도심 노후 주거지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외면받던 빌라, 대선 이후 인기 급상승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충남 천안의 도시재생 현장을 방문해 “7월 중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계획안을 공개하고, 올해 안에 내년도 사업 지역을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도시재생 공약을 진두지휘한 김수현 세종대 교수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임명된 것도 정부의 공약 이행 의지가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다세대·연립주택 등의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하루 100여건이었던 서울 지역 빌라 매매 거래량은 6월엔 하루 평균 206건으로 배 수준으로 늘었다. 6월 기준 서울의 연립·다세대주택 매매가격은 연초 대비 0.76%, 수도권에선 0.51%씩 각각 상승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는 가격이 내린 것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실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으로 낡은 다세대·연립주택을 사들이는 사람이 늘었고, 가격도 덩달아 뛰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다시 주목받는 재개발·뉴타운 지역
지방자치단체도 도시재생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시는 첫 번째 도시재생활성화시범사업 대상지로 성북구 장위동(13구역)과 동작구 상도4동을 선정했다. 2005년 서울 최대 규모의 뉴타운으로 지정됐던 장위동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고 사업성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심해져 2014년 뉴타운 지정이 해제된 곳이다. 장위동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뉴타운 해지 이후 단독주택 사이에 우후죽순처럼 빌라촌이 생겨 주거 환경이 나빠졌다”며 “도시재생으로 지역이 정비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상도4동 Y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투기 수요가 들어오진 않았지만, 주변 아파트 가격이 꽤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개발·뉴타운 구역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의 재개발·뉴타운 사업지는 총 573곳이다. 이 중 서울 신길동과 영등포 일대 뉴타운 지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길뉴타운에 있는 ‘신길동자이’ 전용 60㎡ 매매가는 5월 초만 해도 4억2500만원이던 것이 두 달 동안 3000만원 이상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에 속도를 내려면 과거 뉴타운이나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인천 남구, 서울 영등포, 경기도 덕소 등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예산의 2배… “지원금 분배 논란 우려”
정부가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예산은 총 50조원이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은 31조원, 4대강 사업에는 약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정부는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예산 중 3조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 나머지 5조원은 주택도시기금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별 형평성의 문제와 재원 조달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최근 열린 도시재생 포럼에서 “재원을 각각 어떻게 확보할지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 곳당 1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지원금을 어떤 지역과 사업, 추진 주체에게 분배할지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벌써 도시재생사업 선정 예상지의 집값이 들썩거리고 결국 수도권에 있는 기존 뉴타운·재개발 지역 위주로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며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경우 과거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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