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청약자 따라붙은 떴다방 "전매는 불법? 방법 있어요"

이성희 기자 2017. 7.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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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문을 연 상계센트럴푸르지오 견본주택 주변에 불법 전매 거래 등을 하는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성희 기자

지난 14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역센트럴푸르지오’ 견본주택 앞. 견본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예비청약자들 반대편에는 모자를 눌러 쓴 사람들이 또 다른 행렬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이른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으로, 순서대로 영업하기 위한 나름의 룰을 지키고 있었다. 견본주택을 둘러본 사람들이 나오면 줄 맨 앞에 선 업자가 따라가 1 대 1로 영업하는 식이었다. 땡볕에도 줄을 선 떴다방은 20여명이나 됐다.

떴다방은 대개 “잘 보셨나요?”라며 방문객들에게 접근했다. 그런 다음 1순위 청약통장이 있는지, 가구주인지를 확인한 뒤 신상정보와 선호하는 평수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들의 목적은 당첨 발표 이후 매수·매도자를 맞추기 위한 고객 명단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단지는 상계동이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에 처음 나온 분양물량이다. 실수요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수요도 몰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에게 접근한 업자는 “부동산 시세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드리겠다”며 연락처 등을 요구했다. ‘시세 정보가 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피(웃돈)가 어떻게 되나 알려주고, (당첨된) 층수가 마음에 안 들면 (분양권을) 넘길 수도 있으니까 매수자도 찾아준다”고 답했다. ‘넘기는 것은 전매 아닌가.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는 목소리를 낮춰 “비공식으로 하는 방법이 있다”고 속삭였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이) 하도 수시로 바뀌고, (입주는) 2년 후니까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 않냐”고 말했다.

현재 서울 전역은 ‘6·19부동산대책’에 따라 입주 때까지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지역을 대상으로 분양권 불법전매와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을 단속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합동 투기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분양시장에서는 여전히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6·19부동산대책 이후 주춤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도 다시 커지고 있다. 16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9% 오르면서 전주(0.20%)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서울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던 재건축 상승폭은 0.44%로 전주(0.28%)보다 0.16%포인트 높아졌다. 대책 발표 이후 3주 연속 떨어졌던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0.37% 올랐다. 최근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등의 호재가 이어지고 있는 성동구는 지난주에만 아파트값이 0.64%나 상승했다. 뉴타운 개발이 본격화된 상계동의 영향으로 노원구 아파트값도 0.43% 상승했다. 김민영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주춤하던 가격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다음달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전까지 아파트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입주물량 폭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입주가 시작된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ㄱ아파트는 당초 분양가보다 1000만원 싼 매물이 등장했다. 올해 하반기 화성에만 1만4887가구, 경기도에서만 총 9만4061가구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화성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양할 때만 해도 피를 기대하고 청약한 투자수요가 많았는데 최근 공급이 몰리면서 당초보다 하락해 분양가 수준이나 그보다 낮은 매물도 나오고 있다”며 “자금 사정 때문에 전세 세입자를 찾는 경우도 많아 전셋값도 하락 추세”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강남 등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다고 하니까 수도권 전체가 오르는 것 같은 착시효과가 있었지만, 실상은 경기 광주·김포·평택·오산·용인 일부 지역에서 ‘마이너스 피’ 물량이 나오고 있다”며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무조건 행운열차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서울과 지방의 차별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도 세분화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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