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대형 건설 브랜드 단지 몰린 '강북'이 달아오른다
[경향신문] ㆍ하반기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등 8개 단지 3482가구 일반분양
ㆍ“실수요자 중심 시장 재편…6·19대책으로 청약률 다소 떨어질 듯”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뉴타운(재정비촉진지구)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전면 철거식 개발 방식이 아니라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도심재생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내 신규 아파트 분양에는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과거 서울의 대표적 미분양 지역으로 꼽히던 은평뉴타운은 기반시설이 갖춰지면서 지역 내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 왜 다시 뉴타운인가
뉴타운 사업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2년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내건 공약에서 시작됐다. 당시 강남·북 균형 발전을 강조하며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주택 공급은 물론 도시기반시설을 정비하겠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다 보니 일반 재개발 지역보다 단지 규모가 크고 도로와 상하수도, 공원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 서울의 경우 2007년 3차지구까지 총 35개 지구가 지정됐는데, 1지구당 5~10개 구역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과도한 추가부담금 등의 이유로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은 데다, 무분별한 지정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뉴타운이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이후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뉴타운 출구전략(뉴타운 지구 해제)을 꺼내들었다. 대신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을 벌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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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최근 2~3년 사이의 일이다. 저금리 기조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맞은 영향이 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원래 정비사업은 분양시장이 좋지 않으면 사업 진전이 안된다. 분양이 잘 돼야 사업이익이 나고 조합원들도 추가부담금을 조금이라도 적게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건설사들도 올해는 계획대로 뉴타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심의 새 아파트 선호 현상도 뉴타운 분양 열기를 뜨겁게 하고 있다. 새 아파트는 낡은 아파트에 비해 설계구조가 낫고 단지 내 녹지와 편의시설 등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서울은 주택 노후화가 심각하지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택지가 부족하다 보니 새 아파트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같은 지역이라도 아파트의 노후 정도에 따라 집값이 수억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뉴타운 내 아파트는 지역 시세를 이끌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길음뉴타운 8단지 래미안(2010년 6월 입주)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최고 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2011년 12월(4억3000만원)보다 32.5% 오른 수준이다. 반면 인근에 위치한 성북구 돈암동 돈암힐스테이트(2007년 1월 입주) 전용면적 59㎡는 같은 기간 23%(3억4000만원→4억2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뉴타운은 대부분 역세권이고 직주근접도와 교육 인프라 등이 좋은 대단지”라며 “소득 증가에 따른 (새 아파트로의) 교체수요까지 겹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6·19 부동산대책으로 가수요가 줄어 청약경쟁률은 다소 떨어지겠지만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쏟아지는 뉴타운 물량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서울 뉴타운에서 8개 단지, 3482가구가 일반분양된다. 한동안 신규 아파트 공급이 뜸했던 강북 지역에 몰려있으며, 대형 건설사가 분양하는 브랜드 단지가 많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GS건설은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재울뉴타운 4구역에서 ‘DMC에코자이’를 분양한다. 총 1049가구 중 전용면적 59~118㎡ 552가구가 일반분양 몫이다. 가재울뉴타운 5구역에는 삼성물산이 513가구(총 997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영등포구 신길뉴타운에서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아파트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GS건설은 이달 중 신길12구역에 ‘신길센트럴자이’를 분양한다. 전체 1008가구 중 481가구가 일반분양으로 공급되며, 전용면적은 59㎡(202가구) 등 실수요층이 두꺼운 85㎡ 이하 가구가 전체의 99%를 차지한다.
다음달에는 현대건설이 신길8구역에서 전체 641가구 중 24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SK건설이 지난 5월 신길5구역에 선보인 ‘보라매SK뷰’는 평균 27.7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노원구 상계동도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에 분양 시장에 나온다. 대우건설은 이달 노원구 상계동 4구역에 짓는 ‘상계역 센트럴 푸르지오’를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28층, 7개 동 총 810가구 가운데 444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상계동뉴타운의 첫번째 물량이다. 이어 롯데건설은 하반기에 상계뉴타운 6구역에 신규 아파트를 분양한다. 전체 924가구 중 일반분양이 428가구다. 상계뉴타운은 지하철 4호선 상계역과 당고개역 인근 47만3350㎡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5개 구역에 7614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다음달에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1-1구역에 ‘북아현 힐스테이트’를 분양한다. 총 1226가구 중 일반분양은 345가구다. 전용면적 42~114㎡로 구성된다. 이 밖에도 아현뉴타운 마포로6구역에는 SK건설이 ‘공덕리더스뷰’ 일반분양 255가구(총 472가구)를 분양한다.
올해 서울 민간분양 단지 중 최고 청약경쟁률도 뉴타운 단지에서 나왔다. 롯데건설이 은평구 수색·증산뉴타운에 분양한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평균 38 대 1(324가구 모집)을 기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뉴타운은 재개발 사업이다 보니 조합원 물량 비중이 높다”며 “가능하면 일반분양이 많은 단지를 선택해야 좋은 동이나 호수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6·19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전 지역에서 전매가 금지됐기 때문에 입주 때 곤란한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청약 신청 전부터 자금계획을 잘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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