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부총리 내정으로 경제 불확실성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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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한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 새삼 민망하게 들린다. "정부는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엄중한 인식 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개혁에 매진해 왔습니다." 유 전 부총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지난달 20일 하반기 공공기관장 워크숍 등에서도 나왔다. 게다가 야당이 이번 개각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서 내정자의 꼬리표를 떼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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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경의 이로운 경제]
야당 개각 반대로 커질 수도…4대개혁 보류하고 기업구조조정 등에 힘써야
정부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고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25조원에 이르는 자금 등이 지원되는데도 왜 이런 비판을 받을까? 정부로서는 섭섭해할지 모르겠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당 업계의 자구책을 중심으로 한 기존 대책에 조금 살을 붙인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업계의 당면 과제인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적당히 미봉한 뒤 다음 정부에 해결의 짐을 넘기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가 경쟁력 강화 방안을 확정한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 새삼 민망하게 들린다. “정부는 근본적인 경제체질 개선 없이는 국제경쟁에서 낙오할 수 있다는 엄중한 인식 하에서 사즉생의 각오로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개혁에 매진해 왔습니다.” 유 전 부총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지난달 20일 하반기 공공기관장 워크숍 등에서도 나왔다. 그동안 우리경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한 데는 이런 그릇된 인식에 적잖은 원인이 있다.
2일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 개각으로 경제부총리에 내정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임 내정자가 금융위원장으로서 이번 방안을 마련하는 데 큰 구실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임 내정자는 가계부채 문제를 관할하면서 근본적 해결책 대신 대증요법에 기대어왔다.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견줘 대응은 크게 미흡했던 것이다. 게다가 야당이 이번 개각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서 내정자의 꼬리표를 떼는 과정이 수월하지 않을 듯하다. 자칫 정책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도 있게 됐다.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파장을 줄인다며 추진된 개각이 역효과를 내게 된 것이다. 임 내정자가 관료사회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안그래도 지금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 3분기(7~9월)까지 4개분기 연속 0%대(전기 대비) 성장세를 나타낸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내년 성장률이 2.5% 또는 그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경제를 옥죄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겪는 어려움도 예사롭지 않다. 두 회사는 그동안 논란이 된 지배구조와는 또다른 성격의 사업구조에서 걱정을 낳고 있다. 이것말고도 대내외 악재는 더 있다.
그런 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임 내정자가 정식 경제팀 수장이 되면 우선적으로 할 일이 몇가지 있다. 다른 일을 새로 벌이기보다 당분간 여기에 집중하면 좋겠다.
먼저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서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성과를 내는 게 출발점이다. 더는 임시방편이란 지적을 들어서는 안된다. 다른 취약업종도 시간을 끌다 비용만 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구조조정으로 벼랑에 내몰리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빼놓을 수 없다.
또한 부동산시장의 이상 열기를 식히고 가계부채의 급증을 막아야 한다. 부동산시장 과열이 국지적 현상이라며 방치하다가는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키면서 나라경제에 큰 주름살이 패게 할 수 있다. 역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하향 조정 등은 불가피하다. 그래야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펼 여지도 커진다.
아울러 내년 예산안을 크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올해 예산보다 0.5% 늘어나는 현재 예산안으로는 경기둔화 가능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이를 뒷받침하기에도 힘이 달린다고 본다. 저소득계층 등을 위한 사회안전망 역시 더 강화해야 한다.
반면, 박 대통령이 강조해온 4대부문 구조개혁 등은 보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가뜩이나 논란이 많은 사안인데 계속 밀어붙이면 갈등을 증폭시켜 득보다 실이 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많은 욕심을 낼 때가 아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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