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정유년 대란, 내년 사업구상 골머리
경고등 켜진 시장..난세의 출구를 찾아라
SOC투자 축소·주택시장 상투·해외건설 부진
부서·인력 구조조정 업체마다 신사업 대안찾기
호텔개관·상가 관리운영·시니어주택 등 눈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투명한 미래가 펼쳐지며 건설업계를 옥죄고 있다. 악재가 산더미같이 쌓여서다. SOC 투자가 줄고 주택시장은 호황의 끝자락을 향해 달리고 있다. 대안이라던 해외건설도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주택경기 호황으로 반짝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악재로 작용할 추가 부동산 대책이 임박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각 회사별로 당장 내년도 사업계획을 구상중인 가운데 대내외적인 악재가 부상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건설업을 둘러싸고 안팎에서는 연일 경고등을 켜고 있다. 부동산에 군불을 지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전략은 박근혜 정부의 꾸준한 기조였다. 각종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청약제도를 간소화한 게 대표적이다. 건설경기 호조로 전반적인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건설의존도가 심화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 경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나 외국계 투자은행은 최근 건설투자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엔 이 같은 건설주도의 성장세가 쉽지 않다고 경고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누그러뜨려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시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정부가 당장 내년도 SOC 예산을 역대 가장 큰 폭인 8% 이상 줄이겠다고 발표한 때문이다. 부정청탁금지법 여파로 시장 전반의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금융당국은 주요 건설업체의 재무구조 현황이나 리스크를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바깥으로는 해외건설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의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시장이 저유가 등의 여파로 발주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국건설경영협회에 따르면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줄어든 326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2014년 수주규모가 660억달러, 지난해에는 3분의 1 가까이 줄어 461억달러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줄어든 셈이다. 이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기 직전인 2007년보다 적은 수준이다.
이에 해외 플랜트사업 비중이 높았던 주요 업체별로 해외 사업부서나 설계인력은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시공능력평가 3위 포스코건설은 자회사 포스코엔지니어링과 함께 1000명 이상의 인력을 구조조정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력은 올 들어 상반기에만 900여명 줄었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산적한 채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자 건설사들은 저마다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대림산업은 2014년 여의도에 비즈니스호텔을 첫선을 보인데 이어 서울 곳곳에 '글래드'라는 브랜드를 달고 호텔을 개관했거나 준비중이다. 중견 건설사로 자금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호반건설은 최근 입주가 몰리는 판교와 광교에 가로형 상가인 아브뉴프랑을 개점했다. 통상 건설사가 상가를 짓고 분양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회사는 직접 운영ㆍ관리까지 맡았다. 우미건설이 최근 공급한 복합상업시설 레이크꼬모 역시 전체 상가 가운데 일부만 분양하고 나머지는 회사가 직접 임대나 운영ㆍ관리를 맡을 예정이다.
GS건설은 최근 시니어주택 견본주택을 열고 사업을 본격화했다. 정부가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을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가운데 대형 건설사가 특정 수요층을 노린 주거서비스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밖에 서희건설은 지난해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초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 제조ㆍ수출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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