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지나쳐.. 저수익 부메랑 '경보'
부동산 거품이 경제위기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성장 흐름에도 저금리와 분양시장 호조 등에 편승해 건설분야는 나홀로 호황을 질주하고 있다. 주택투자 급증은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세로 이어지며 향후 우리경제의 화근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우리경제 규모에 비해 건설투자가 과다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은 권나은 과장과 권상준·이종호 조사역은 26일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주요국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4.6%로 집계됐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8.0%)과 영국(9.2%), 독일(9.7%), 프랑스(11.6%), 일본(10.4%·2014년 기준)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소득 2만달러대인 스페인(10.4%), 체코(10.7%), 멕시코(13.1%·2014년 기준)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13년 기준으로도 한국의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5% 정도로 1인당 국민소득이 비슷한 다른 국가를 웃돌았고,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인구 대비 국토 면적이 넓은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 다음으로 높았다. 1960∼2014년에 걸친 OECD 패널 분석 결과에서도 한국이 속한 국민소득 2만5000∼3만달러 그룹은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10% 안팎에 집중 분포됐다. 보고서는 “이는 그간 건설투자가 경제 발전과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 활용돼 왔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택 공급을 비롯한 건설투자의 양적 측면은 주요국을 압도하는 수준이지만 투자 효과나 노동생산성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먼저 건설업의 노동생산성이 갈수록 낮아져 양적인 투입에 비해 실제 생산하는 부가가치는 줄어드는 게 현실이다. 2008년 대비 2015년 건설업의 노동생산성(1인당 부가가치 기준)은 17.9% 낮아졌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제조업은 14.1%, 도·소매업은 7.9% 각각 향상됐다. 그 결과 제조업 대비 건설업의 노동생산성 수준은 74.0%에서 53.2%로 낮아졌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주요국과 견줘봐도 임금이 비싼 일본을 빼면 한국보다 건설시공 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건설업은 숙련 근로자가 부족하고 장비 확충도 미약해 노동생산성 개선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로 건설업은 임시 일용직 비중이 다른 업종에 비해 높고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은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 후 집값 전망을 묻는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14로 나타났다. 9월 112에서 2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그보다 크면 상승을 예상하는 이가 하락보다 많다는 뜻이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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