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양적완화]③저금리 시대, 달라진 한국사회의 풍경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기준금리 인하가 실패한 정책이라고 보지는 않으십니까?”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
“저금리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펴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뭇매를 맞았다. 화살은 사상 최저 수준인 1.25% 기준금리에 쏠렸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다.
한은은 아직 선진국처럼 양적완화(QE)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쓰지는 않고 있다. 다만 유례없는 완화적 기조라는 건 다르지 않다. 밑바닥 민심과 가까운 정치권의 이런 지적은 곧 통화 완화책이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돈 풀어도 돈 안돈다…망가진 통화정책 경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바로 시중에 통화량이 늘지는 않는다. 시중은행이 대출 등을 통해 기업과 가계에 돈을 뿌리는 역할을 맡는데, 그 경로가 약해지고 있다.
본원통화가 은행 등을 통해 통화량을 얼마나 창출했는지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2014년 처음으로 20을 밑돌았다. 지난 8월 기준으로는 17대까지 내려왔다. 돈이 도는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중통화량(M2)인 통화유통속도는 2008년만 해도 0.8대를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0.71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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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7월 기준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0.3회로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은행에 맡긴 돈을 찾아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지표들은 모두 그만큼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은의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가 부진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기업은 투자를, 가계는 소비를 각각 줄이고 현금을 갖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몇 년 한은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실물경제는 반응하지 않고 있다. 기업의 투자부터 점차 떨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6%로 뒷걸음질 쳤다. 하반기 전망치는 -4.2%.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8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4%로 2009년 이후 7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기존에 있는 공장도 가동 않는 상황에서 투자를 더 늘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계 소비도 쪼그라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 평균 소비지출액은 294만3600만원 수준이다. 물가를 감안하면 지난해 2분기 대비 0.9%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 역시 2014년 3분기 3.3%을 마지막으로 0%대에 머물고 있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70.9%로 같은 기간 0.7%포인트 내려갔다.
돈줄을 쉽게 풀지 않으려는 것은 은행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가계·기업 등 차주별 가중치를 둔 대출태도지수는 2014년 1분기 6이었지만 지난해 4분기(-18)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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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만 뜨겁다’…부채는 가계 몫으로
그렇다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산시장, 특히 부동산시장을 띄웠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마저 완화하자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종합주택 유형 기준 지난달 전국 부동산 매매가격지수는 102.0으로 2013년 말 대비 5.6% 뛰었다. 특히 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아파트 매매값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13.4% 치솟았다. 반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 상승률은 2.7%에 그쳤다. 부동산시장에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늘어난 것은 부채뿐이었다. 가계부채는 2분기 말 1257조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 등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527조2000억원으로 40%를 훌쩍 넘는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5년 동안 청년층은 금융부채가, 노년층은 원리금 상환액 부담이 빠른 속도로 늘었다. 소득 하위계층은 돈 빌리기 어려워지면서 집을 담보로 대출 받는 사례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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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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