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재개발 강제철거 없앤다..사전협의 법제화"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상보)"사람이 철거 대상일 순 없어…야만적 강제철거와 결별"]
서울시가 뉴타운 재개발을 비롯한 정비사업 과정에서 불법 강제 철거로 주민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사전협의체 운영을 법제화하고 정비지역 지정 요건을 강화하는 등 종합대책 수립에 나섰다. 다시는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협의 없는 강제퇴거와 강제퇴거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를 원칙적으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9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사업계획', '협의조정', '집행' 등 정비사업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3단계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했다고 29일 밝혔다.
박 시장은 "2009년 용산참사와 같은 비극적 역사, 슬픔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과거식 강제철거와 결별하고 도시정비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은 정비구역 지정 요건을 강화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고려하는 동시에 사전협의체 구성 법제화, 분쟁조정위원회 직권 상정 등 협의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현재 이주단계인 45개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행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우선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등 '사업계획단계'에서는 세입자들의 사업 의향을 묻고 역사생활문화자원 존재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등 정성평가 요소가 도입된다. 노후도만을 기준으로 삼던 기존의 정량평가에 거주민의 의사, 지역 특성 등을 반영한 정성평가를 더해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보다 신중히 결정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요인을 최소화한다는 판단이다.
협의단계에서는 사전협의체 운영 시점이 종전의 '관리처분인가 이후'에서 '분양신청 완료'로 당겨진다. 박 시장은 "일단 손실·보상가액이 확정되고 나면 협상 과정이 경직되고 실효성도 떨어지게 된다"며 "사전협의체 구성 시점을 손실·보상가액 확정 이전으로 앞당겨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동안 관련 법령이나 운영기준이 없이 행정지침으로 운영돼온 사전협의체 제도를 연내 법제화해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조합 측이 형식적인 자세로 협상 횟수만 채우는 경우를 막기 위해 사전협의체 구성 주체도 기존 조합에서 구청장으로 바뀌고 민간 전문가도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했다.
협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 구청장, 민간 전문가 등이 직접 합리적 조정안을 제시해 과도한 보상 요구, 발목잡기 논란 등의 갈등을 풀어나가도록 한다는 생각이다. 또 합의가 끝내 불발될 때를 대비해 구청장이 직접 도시분쟁조정위원회에 갈등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 직권상정 권한도 신설했다.
지난 2013년 도입된 사전협의체는 재개발 등 도시 정비 과정에서 자발적인 이주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합, 가옥주, 세입자, 공무원 등이 최소 5회 이상 협의를 가지도록 한 제도다.
마지막으로 이주와 철거가 이뤄지는 '집행단계'에서는 사전 모니터링과 현장 관리 감독이 강화된다. 시는 현재 이주단계(관리처분인가~착공 전)인 시내 45개 사업장에 대해 사전 모니터링을 실시, 강제철거를 방지하고 갈등조정 코디네이터도 파견해 미이주 세대에 이주, 철거 절차를 안내할 예정이다.
불가피하게 인도집행이 진행될 경우에는 감독 공무원을 현장에 입회시켜 조합 측 고용인력의 폭력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위법 행위가 있을 경우,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지금까지의 강제철거 대책은 형식적인 측면이 많았다"며 "법제화, 세부 운영 규칙 마련 등을 통해 거주약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고 강제철거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엄성원 기자 airmast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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