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고삐풀렸나..어느새 가구당 7천만원 빚더미

문지웅,정석우,정의현 2016. 8. 19. 1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축銀등 서민찾는 비은행여신 671조 눈덩이감독 사각지대 집단대출은 1년새 15% 급증금리 1%P 오르면 143만 가구 위기에 봉착

◆ 가계빚 1300조 눈앞 ◆

가계 빚 증가세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자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 모여 다시 한번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공급 측면의 규제가 필요하다며 '분양권 전매 규제 강화'를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일축하는 등 '핑퐁게임'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계 빚은 2013년 1000조원을 돌파한 이래 올해 1분기 현재 1223조원까지 치솟았다. 3분기 연속해서 두 자릿수 증가세(전년 동기 대비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것. 연말에는 13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가계 빚 폭증에도 정부 대책이라는 브레이크는 먹히지 않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원, 2013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해서 매분기 최고 수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가구당 가계 빚은 올 1분기 현재 7057만원으로 전년 동기 6337만원보다 720만원 정도 늘었다. 대부업을 포함하면 가계 빚이 이미 1300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가계부채의 절대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4%에 달한다. 2014년 3분기 6.3%를 기록한 이후 증가세가 계속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또 다른 지적은 가계 빚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비은행권과 감독의 사각지대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권의 여신 잔액은 6월 현재 671조675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4조8909억원 늘었다. 올해 3월 현재 집단대출 잔액은 115조5000억원으로 작년 6월 100조1000억원에서 15조원 이상 늘어난 상태다.

정부가 올해 초 은행권에 대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실시하자 비은행권을 찾는 가구가 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정이다. 작년 기준으로 처분가능소득 중 원리금 상환액 비중(DSR)이 40% 이상이고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은 한계가구는 134만2000가구다. 이들은 현재 금융부채 중 29.1%를 점유하고 있는데 한은은 기준금리를 1%포인트만 상향 조정해도 한계가구가 143만가구로 늘고 금융부채 점유율도 31.8%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상향 조정 시 이들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책 대책을 만들 때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데는 주택공급의 영향이 있으니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경기 위축 등을 우려한 국토부에 막혔다. 결국 고정금리·분활상환 확대와 상환능력 심사관행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약 1년이 지난 지금 가계 빚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25일 올해 2분기 가계부채 동향 발표를 앞두고 관계당국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충분히 썼는데 효과가 없다"며 이번에는 '분양권 전매 규제 강화'라는 공급 측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소득심사 등 대출규제가 미비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공급 문제가 핵심"이라며 "공급 섹터를 건드리지 않거나 혹은 공급을 무분별하게 늘리면서 대출규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난방기를 켜놓고 냉방기를 돌리는 것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것과 가계부채 문제가 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대책으로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은 검토한 바 없다"며 "전매제한을 강화해 주택시장 상황이 갑자기 나빠져 주택가격이 떨어질 경우 가계부채의 질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희망처럼 전매제한 강화로 주택 공급이 축소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과열된 분양권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역대 정부에서는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투기가 기승을 부릴 경우 분양권 전매제한을 강화했고 반대로 시장이 침체기에 빠진 경우 전매제한을 완화해 시장을 살리는 대책을 발표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던 2006년과 2007년 정부는 잇달아 전매제한을 강화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국토부는 2014년 수도권 민간택지 아파트 전매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 또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지역 공공택지 내에 들어서는 민간주택 전매제한 기간을 2~5년에서 1~3년으로 완화했다.

[문지웅 기자 / 정석우 기자 / 정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