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150억원짜리 개발가능한 땅을 갖고 있다면?"

송학주 기자 2016. 8. 1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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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업계 1위 신탁사 수장으로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피플]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 정리해고 대상자에서 업계 1위 신탁사 수장으로]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이 엄지를 치켜세우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당신이 150억원짜리 개발 가능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난달 업계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해 신탁업계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56·사진)은 '신탁사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되물었다.

김 사장이 밝힌 모범답안은 신탁사에 맡겨 개발하는 것. 직접 개발하기엔 절차도 복잡할 뿐 아니라 전문성이 떨어져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신탁사에 맡긴다면 사업 계획 수립부터 자금 조달, 공사 발주,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대행해주고 이익금을 소유주에게 돌려준다.

이를테면 150억원짜리 토지에 아파트 지어 개발한다고 가정할 경우, 공사비(550억원)와 신탁사 수수료 등 기타 비용(200억원)을 들여 1000억원짜리 아파트 단지를 지을 수 있다. 분양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가정하면 토지비 150억원과 분양수익금 100억원은 소유주의 몫이다. 이 구조가 '차입형 토지신탁'의 한 단면이다.

그는 "2013년 부동산시장이 침체된 가운데에서도 11개 신탁사 중 유일하게 차입형 토지신탁을 적극적으로 수주한 것이 성장의 배경이 됐다"며 "개인 뿐만 아니라 개발에 부담을 느낀 법인들이 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면서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이 자신의 인생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한국자산신탁은 올해 1분기 신탁수주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21%(509억원)로 11개 신탁사 중 1위다. 그동안 부동의 업계 1위였던 한국토지신탁을 제치고 지난해부터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한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954억원과 478억원에 달할 정도로 실적도 좋다.

김 사장이 한국자산신탁을 맡게 된 계기는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한신경제연구소와 광은창업투자, 한국주택저당채권유동화회사 등을 거친 금융전문가다. 하지만 2007년 세종증권 상무이사로 재직 당시 NH투자증권에 회사가 매각되면서 정리 해고 대상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고향(전남 장흥) 선배인 문주현 회장의 제의로 엠디엠그룹에 합류했다. 당시 문 회장으로서도 자체 시행한 첫 사업인 부산 센텀시티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금융전문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김 사장은 "문 회장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며 "2010년 센텀시티 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금을 투자하기 위해 수백 곳의 인수합병(M&A) 기업을 물색한 결과, 부동산 개발과 연관된 한국자산신탁을 선택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2008년 외환위기로 캠코가 소유 중이던 한국자산신탁이 공기업 민영화 대상이 되면서 매물로 나오게 된 것. 하지만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그는 "그때만 해도 '디벨로퍼'에 대한 불신이 있어 노조에서 엠디엠그룹에 합병되는 것을 결사반대했다"며 "심지어 직원들이 실사도 못하게 막아 실사 없이 진행했고 승인받는 데만 6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김 사장은 인수 직후 부사장으로 재직하다 2012년 12월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한국자산신탁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모기업인 엠디엠그룹과의 시너지 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며 "수주 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 컨설팅, 마케팅, 자금조달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업계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해 화제가 된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사장. / 사진=홍봉진 기자

앞으로 회사의 미래 '먹거리'론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지난해 7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부동산 신탁회사가 올해 3월부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어서다.

정비사업 조합이 땅을 신탁하면 신탁사가 시행자 역할을 맡아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책임지게 된다. 그동안 조합의 부족한 자금력, 전문성 미비, 조합장 비리 등의 문제로 사업 진행이 지연됐던 사업장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조합원들이 직접 신탁을 하니 투명하고 신탁사도 주민들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변수가 끼어들 틈이 없다"면서 "기존 방식보다 추진 속도가 빠르고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도 훨씬 크다 보니 조합원 모두가 행복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학주 기자 hakj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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