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셋값에 떠밀린 2030.. "빚내서 집 살래요"

박종오 2014. 2. 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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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시장 불안·정부 대출 지원에 주택 소비 '껑충'
대부분 실수요, 중소형 주택에 수요 몰려
전문가 "대출 지원보다 청년 구매력 높여줘야"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서울 성북구 돈암동 아파트 전셋집에 살던 직장인 김모(34)씨는 얼마 전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샀다. 전셋값이 계속 오르자 재계약 대신 아예 집을 매입한 것이다. 그는 "기존 전세 대출금 1억2000만원에 정부의 저금리 모기지 상품을 이용해 8000만원을 추가 대출받았다"며 "은행 이자(월 25만원)만 따져보면 지출이 전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7~9월)를 기점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는 20·30대 청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30대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93조3000억원으로, 같은 해 6월 말(90조원) 대비 3조3000억원 늘었다. 2010년 말부터 2년 반 사이 9조8000원이 줄었다가 3개월 만에 3분의 1 이상을 따라잡은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전셋값 상승과 월세 전환 증가 등으로 불안정한 임대시장에서 떠밀린 청년층이 정부 지원의 저리 대출 상품을 이용해 내집 장만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가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은행 대출을 받고 집을 사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최근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따라잡고 있는 경기 성남시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시스)

◇대출 규제 대거 풀리자 중소형 주택 수요 '쑥'

20·30대가 주택 매입에 많이 나서는 추세는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난해 'u-보금자리론' 공급 실적을 보면 전체 공급액(11조5655억원) 중 20·30대의 대출 비중이 51.7%(5조9878억원)에 달했다. 2012년 5조4369억원보다 10.1%(5509억원) 늘어난 규모다. 반면 40대 이상은 같은 기간 4541억원(5조1236억원→5조5777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8·28 부동산대책을 통해 첫 도입된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에서는 20·30대가 전체 대출자 4명 중 3명 꼴이었다. 최종 대출 승인자 2975명 중 이들의 비율은 76.2%(2267명)에 달했다. 23.8%(708명)에 그쳤던 40대 이상과는 대조적이다.

그동안 20·30대 청년층은 주택 소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소득 대비 집값이 비싸 집을 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KB경영연구소가 에코세대(1979~1992년 출생)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4.4%가 "내집 마련을 위해 고생하기보다 전·월세도 괜찮다"고 답했다.

△연령대별 주택담보대출 잔액 현황 (단위:조원, 자료:금융감독원)

청년층의 주택 구매에 물꼬를 튼 것은 정부의 주택 매입 지원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4·1 부동산대책을 통해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한 혜택을 크게 늘렸다. 또 취득세 비과세, 대출 금리 인하와 더불어 DTI(총부채상환비율) 자율 적용, LTV(담보가치인정비율) 70%까지 완화 등 규제 문턱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연간 공급액 규모도 종전 2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확대됐다.

전셋값 급등과 전세의 월세 전환 등 임대시장의 불안 요소와 맞물려 정책 약발이 발휘되기 시작됐다. 정부가 주택기금으로 지원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과 근로자 서민주택 구입자금 대출 실적이 4·1 대책 발표 뒤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1분기(1~3월) 대출액은 2121억원에 그쳤지만, 2분기 1조252억원, 3분기 2조2688억원, 4분기 5조4381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론 우대형도 작년 1분기 7284억원에서 대책 발표 뒤인 2분기 1조8200억원으로 대출 실적이 배 이상 늘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반 저소득층 대출자를 제외하면 신혼부부 등 30대 젊은 직장인이 기금 대출 상품의 주요 이용층"이라고 말했다.

◇단기 효과 우려 커…"청년층 구매력 높여야"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젊은 세대 선호도가 높은 중저가 소형 주택 위주로 가격 오름세가 뚜렷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작년 4월 대비 올해 1월 전국 아파트값은 전용면적 60㎡ 이하가 1.76%, 60~85㎡ 이하가 1.76% 오른 반면, 102~135㎡ 이하는 0.44%, 135㎡ 초과는 1.98% 떨어졌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가양2단지 성지' 아파트 전용면적 50㎡형은 지난해 초 2억500만원에서 올해 1월 2억4000만원으로 3500만원 올랐다. 인근 중앙공인 이성규 대표는 "전용 60㎡ 이하 소형아파트에 전세로 살다가 최근 전셋값이 2년 만에 수천만원씩 오르자 아예 사버리는 젊은 직장인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의 공급 현황. 단위는 'u-보금자리론'은 조원, '생애최초·서민주택자금대출실적'은 억원.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및 국토교통부)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셋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8·28 부동산대책을 통해 공유형 모기지 등 저금리 대출 상품을 추가로 내놨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초 본사업에 착수한 공유형 모기지는 이미 1월 말까지 2106건(2738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렸다. 올해 첫 출시된 디딤돌 대출도 지난달 27일까지 한 달만에 3842건(3455억원)이 집행됐다.

전문가들은 일단 이러한 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실물자산연구팀장은 "20·30대의 주택 매입은 중·장년층에 비해 장기적인 소득이 뒷받침된다는 점에서 가계 대출의 부실 우려가 크지 않은데다 전·월세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고용 불안 등에 시달리는 청년층 입장에서 대출을 끼고 집을 살 경우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이자는 월세만큼이나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자가 수요 회복과 함께 임대시장 안정을 위해 대학생 기숙사 공급 확대, 신혼부부 주택 바우처 등 구매력을 높여줄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오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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