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릴레이 부동산정책 '약발'이 없다

2013. 12. 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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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식 처방에 시장 내성 생겨
수요자에 맞춘 정책 전환 필요

정부가 서민주택 안정을 위한 '12·3 부동산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골자를 보면 먼저 대선공약인 행복주택사업 물량이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줄어든 대신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크게 늘린다. 그동안 불거진 부지 선정의 어려움과 주민 반발을 감안한 현실적인 조치로 판단된다. 또한 국민주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등을 통해 두 갈래로 운영되던 서민 주택 구입자금은 하나로 합쳐져 저리로 지원된다. 그리고 저금리 자금을 대출해준 뒤 집값 등락에 따른 손익을 분담하는 '공유형 모기지' 시범사업은 1만5000가구로 대폭 확대된다.

이번 대책의 배경은 수도권 주택시장의 수요공급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향후 전망도 밝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가계소득 증가가 둔화되고 금융권의 가계대출 축소 움직임 등 차입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중대형 주택시장의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있지 않은 가운데 대규모 매도물량이 잠재해 있다. 자칫 수도권 주택시장은 장기 침체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부동산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의 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11·3 대책(2008), 2·12 대책(2009), 4·23 대책(2010), 8·29 대책(2010), 3·22 대책(2011), 5·1 대책(2011) 등 수차례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다. 이러한 대책은 위기 당시 주택시장의 붕괴 방지에 일정 부분 기여했으나 대부분 효과가 미흡했다. 새 정부 들어서도 '4·1 대책', '8·28 대책' 등 큼직한 대책이 나왔지만 수도권의 주택시장 침체가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인 가격상승과 거래증가에 그쳤을 뿐이다. 12·3 대책의 효과도 한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가운데 행복주택 시범지구인 목동·잠실·송파·공릉·안산 등 5곳에 대한 지구지정이 4일 잠정 연기됐다. 국토부는 당초 이들 5개 지구에 대해 지구지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의 반발로 유보했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이 표류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적절한 처방을 하지 못한 가운데 시장의 내성만 키웠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부동산 폭등과 폭락이라는 병도 정부가 처방을 내놓을 때는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폭등과 폭락하기를 반복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내성까지 생기고 만 것이다. 정부는 다시 또 강력한 처방을 내놓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미 내성이 생겨버린 탓에 약발이 먹히질 않고 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지금이라도 정책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의 주택정책 경험과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주택정책의 방향은 지역별 차별화, 거래안정, 일관성 등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주택시장에서 주택정책도 이에 맞춰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수도권 주택정책은 전세수급 조절과 거래 안정을 통해 장기침체 현상을 예방하고, 비수도권의 경우 버블확산을 방지하고 버블붕괴에 따른 폐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주택시장 침체기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정책은 '거래 없는 가격 안정'보다 거래활성화에 중점을 둔 정책이 필요하다. 수도권 주택시장 초과공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인위적인 가격안정 유도는 오히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체감가격 갭만 확대시켜 실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 취득세 영구인하, 양도세 중과폐지 등 국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 통과도 거래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끝으로, 신규주택 공급이 비탄력적인 상황에서 시장이 정책을 예견하고 맞춰나갈 수 있게 일관된 주택정책이 요구된다. 주택정책이 일관성을 지니지 못해 주택수요자의 심리적 불안이 초래되면 당초의 기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정책의 효율성이 크게 위축된다. 인구 및 사회구조 변화에 대한 철저한 분석 위에 그동안의 공급자 위주의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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