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건설사 '미분양 털기'
8.28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2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요즘 건설사들은 미분양 아파트 떨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전세난에 지친 세입자들이 "사자"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도 호재다.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중도금 무이자'나 '발코니 확장' 같은 조건은 더 이상 혜택이 아니다.
'이사 비용' '생활비 지원' '잔금유예' 등 갖가지 아이템이 등장한데 이어 '계약조건보장제' '애프터리빙제' 등 알쏭달쏭한 분양광고도 눈에 띈다. 건설사들의 '연말 대바겐세일'은 잘 선택하면 '윈윈'이 되지만 과장광고 등에 엮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잔금유예기간, 건설사마다 달라
요즘 건설사들이 앞다퉈 내거는 혜택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잔금 유예'다. 집 살 돈이 부족하거나 대출이자 부담을 우려하는 실수요자들에게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잔금유예 기간은 건설사마다 각각 다르다. 짧게는 1년, 가장 긴 곳은 3년간 유예해주는 곳도 있다. 금액도 건설사 사정에 따라 다른데 적게는 20~30%에서 많게는 60~70%까지 잔금 납부를 연기해주는 곳도 있다.
롯데건설이 김포에 분양 중인 '한강신도시 롯데캐슬'은 분양가의 20%인 잔금을 2년간 유예해주는 조건이다. 전용 84㎡형의 경우 1억원 정도면 입주가 가능하다. 입주 예정일은 2014년 4월이다.
GS건설이 분양 중인 '일산 자이 위시티'도 잔금 30%를 2년간 유예해준다. 이 아파트는 전용 164~275㎡형 4683가구로 중대형이 많다. 분양가의 20%만 내면 입주가 가능하다.
잔금 납부를 70%까지 미뤄주는 곳도 있다. 현대건설이 성남시 중앙동에서 분양 중인 '성남 중앙 힐스테이트 1·2차'가 그곳으로 일부 잔여 물량에 대해 분양가의 70%까지 잔금 후납이 가능하다. 이곳 분양 관계자는 "전용 84㎡형의 경우 1억6000만 원 정도면 입주할 수 있어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경기도 용인에서 분양한 '광교산 자이' 경우 '계약조건보장제'를 도입해 수요자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계약조건보장제'는 향후 계약 조건이 변경되면 기존 계약자에게도 변경된 조건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서울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힐스테이트 1~3차'의 경우, 작년 말 계약 조건을 변경해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이다. 계약금 정액제를 실시하고 있는 이곳은 면적에 따라 60~70%까지 잔금 납부를 2년간 연기해 준다. 계약금을 납부한 뒤 3개월 안에 입주 잔금을 완납하면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까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발상의 전환으로 미분양 해소시켜
대림산업이 서울 보문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 보문'의 경우, 대형 평형의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낮춰 미분양을 빠른 속도로 소진시키고 있다. 대림산업은 수요자들이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보게끔 전용면적 148㎡대 분양가를 10% 깎아 6억 원 이하로 낮췄다. 대림산업측은 "가격 할인 뒤 미분양 20여건이 소화되는 등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두산건설이 고양시에 분양한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도 발상의 전환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이다. '애프터리빙' 제도는 분양대금의 22∼25%를 입주금으로 내고 3년간 살아본 뒤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다 계약금의 2∼6%에 해당하는 현금을 매월 생활비로 입주자에게 지원하고 공용관리비도 회사가 대납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라는 평이다.
건설사들의 '통 큰 혜택'은 계약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구책에 가깝다.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파트 미분양 건수는 7만여 건(2012년 기준)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을 해소시키려 갖은 애를 다 쓴다. 이 과정에서 허위 과장광고 등의 무리수가 따를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몇몇 건설사와 입주민 간 '과장광고' 소송건이 그 반증이다.
소송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혜택이 좋다고 무턱대고 계약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조건에 혹해 덜컥 계약했다가 뒤늦게 비행기 소음 지역이거나 송전탑을 발견하는 등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재무구조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건설사가 부도나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시 약속한 제반 혜택들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할인분양에 몸살 앓는 기존 입주민
건설사들이 미분양을 해소시키려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존 입주자들과 마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른바 '할인 분양'이 분쟁의 원인으로 경기 용인지역이 가장 많다. 삼성중공업이 시공한 용인포곡 삼성쉐르빌이 대표적 사례로 입주 1년이 지나도 분양률이 37%에 그치자 삼성중공업은 최대 1억원의 할인 혜택을 내걸고 미분양 털기에 나섰다.
면적별로 살펴보면 84㎡는 3억2000만 원에서 2억7000만 원, 115㎡는 4억1000만 원에서 3억1000만 원으로 각각 5000만 원∼1억 원씩 할인해주고 있다. 이에 위화감을 느낀 입주민들은 건설사를 상대로 '사기 분양'이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입주민들은 고분양가도 문제지만 떨이 판매로 인해 재산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용인 일대에는 성복동 자이1·2차, 성복 힐스테이트, 기흥구 공세동 대주피오레 등 20여곳에서 유사한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할인 분양'이지만 기존 입주자 입장에선 '사기 분양'이다. 이 분쟁이 충돌하면 법적으로는 입주자들이 백전백패다. 부실시공은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할인분양으로 인한 피해는 법적으로 보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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