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망 무임승차’ 도 넘은 버티기… 트럼프 상호관세 변수로 [심층기획-다시 불붙은 '망 사용료' 논쟁]
‘비관세 장벽’ 몰아 관세전쟁의 무기화
실제 구글 트래픽 전체 30% 차지 최대
네이버·넷플릭스 등과 형평성도 문제
美·佛 등 해외서는 망 이용료 지불해
제도 개선 넘어 협상력이 해결 열쇠
美 통상압박 우려 정부도 조심스러워
전문가 “차별없이 부과… 장벽 아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미 기업을 차별하는 비관세 장벽을 골라내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놨다.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표일이 임박한 가운데, 미 빅테크가 외면해온 수백억∼수천억원의 망 이용료도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찍혔다.
구글·넷플릭스 같은 기업과 각국은 망 이용료를 두고 힘겨루기를 이어왔다. 국내에서도 관련 법 개정 등이 시도됐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구글이 망 이용료에 ‘버티기’로 일관해 성토 목소리가 컸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관세전쟁의 무기로 비관세 장벽을 들고 나오면서 문제 해결은 더 요원해졌다.
전문가들은 망 이용료는 비관세 장벽과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미 기업만 노린 조치가 아니라 국내외 기업 대부분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한 교착상태를 해소하려면 올해 관련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미가 문제 삼는 망 이용 대가
망 이용 대가란 구글·넷플릭스·메타 같은 콘텐츠 기업(CP)이 인터넷 망에 막대한 데이터를 보낼 경우 통신 사업자(인터넷 서비스 업체·ISP)에 따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논란이다. 사진 몇 장 올리는 일반 소비자와 남의 망에 올라타 수천억원을 버는 CP를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통신 사업자는 CDN에서 국내 이용자까지 데이터를 보낼 때 여전히 지역망을 쓰니 비용을 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망 이용료 분쟁은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의 4년에 걸친 법정다툼이 대표적이다. 2019년 SKB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망 이용 대가 협상 재정을 신청했다. 넷플릭스는 이듬해 소 제기로 맞섰다. 1심은 SKB의 승리였다. 항소심이 이어졌으나, 넷플릭스가 2023년 9월 SK브로드밴드와 협상에 응하기로 하면서 소송이 끝났다.
◆“EU, 망 이용료 30조원 이상 예상”
망 이용료 논란은 트럼프 취임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올해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 지시로 산업별로 각국의 불공정 관행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최근 USTR에 한국의 망 이용료 추진이 부당하다고 의견서를 냈다. 고정밀 지도 반출 금지,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CSAP), 플랫폼 규제 입법 등도 지적했다. 이렇게 모은 의견들은 상호관세를 매기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다 내는데… 구글만 버티기
국내의 경우 망 이용료 갈등의 핵심은 구글이다. 구글은 유튜브·검색 등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전체의 약 30%)을 차지하지만 유일하게 이를 외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사업자들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넷플릭스·메타·디즈니플러스 등은 직간접적인 형태로 이용료를 내고 있다. 계약내용이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으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해마다 수백억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2017년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2016년에 734억원의 망 이용료를 냈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협상력이 크다 보니 국내 통신사에 기준보다 적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망 이용료 논란에 진전을 보겠다며 의욕을 보였으나 트럼프 취임 후 조심스러운 처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통신사와 CP들이 ‘공정한 망 이용 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잘 지키는지 이행점검을 했다. 올해 업무보고에는 망 이용 계약 의무화, 망 이용환경 실태조사 신설 등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다.
그러나 미국의 통상압박에 정부 행보도 조심스러워졌다. 망 이용료로 꼬투리 잡혀 엉뚱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망 이용료는 모든 기업에 차별 없이 부과되고, 국내 통신사도 해외에 내고 있기에 결코 비관세 장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 라인의 경우 2020년 1∼9월 854억원을 현지에 냈다.
신 교수는 “근본적으로 망 이용료 갈등의 핵심은 협상력”이라고 말한다. 구글이 버티는 건 국내에 유튜브의 대체재가 없어서다. 그렇기에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으로 경쟁 구도가 변하면 구글의 유연한 대처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22대 국회에서 망 이용계약을 요구할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두 건이 발의된 것도 청신호다. 법이 바뀐다고 망 이용료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통신 사업자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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