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끝내 '좌초'..52억 못내 디폴트
[데일리안 = 지현호 기자]단군 이래 최대규모 개발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결국 좌초됐다.
이번 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12일 자정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였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출자사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를 부른 이자 52억원은 2000억원 규모의 ABCP 이자로 이 돈을 갚지 못하면 만기를 연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어음을 포함해 모두 8차례에 걸쳐 발생한 2조7000억원 규모의 ABCP 전액이 부도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AMC 관계자는 "일단 디폴트는 맞지만 사업이 완전히 파산할 것인지 등은 정확히 모른다"며 "이자를 갚는데 총력을 기울였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 다들 충격이 크다"고 전했다.
대주주인 코레일은 이날 정오까지 대한토지신탁과 협상을 벌여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액 256억원 중 64억원을 우선 받아내 이자를 갚고 급한 불을 끄겠다며 최후 협상을 벌이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우정사업개발본부가 사업부지를 무단 상용한 데 따라 배상하기로 한 256억원을 신탁 중이다.
코레일측은 64억원을 초과하는 잔여액 192억원은 추가 지급보증으로서 이는 코레일의 보증범위(지분 25%)를 벗어난 것이기에 지급확약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출자사들이 협의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관광개발은 연대보증을 서기로 한 코레일이 협상안의 문구를 핑계로 64억원에 대한 지급확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의도적으로 디폴트를 유도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최종협상이 불발되면 그동안 출자사들이 낸 자본금 1조원은 모두 허공으로 날아간다. 특히 1, 2대 주주인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커 책임소재를 다투는 양사 간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2007년 개발구역에 묶여 6년 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았던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사업 실패와 개발구역 포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코레일과 서울시 등을 대상으로 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간 출자사들은 코레일을 상대로 랜드마크빌딩 계약금과 토지오염정화공사비 등 7000억원대의 배상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한 바 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용산 개발사업에는 현재까지 약 4조원이 투자됐다. 자본금 1조원, 1차 전환사채(CB) 1500억원, 토지에 대한 코레일 보증으로 조달한 2조4167억원, 코레일 랜드마크 계약금 4161억원 등 총 4조208억원이다.
지출된 금액은 토지대금 2조9271억원, 연체이자 1200억원 등 코레일에 지급된 3조471억원과 토지매입 세금과 취득세 등 부대비용 3037억원, 자본시장 금융조달 비용 3409억원, 기본설계비 1060억원, AMC 운영·홍보·용역비 1195억원 등 9737억원이다. 1조원에 달하는 이 금액은 매몰비용으로 모두 허공에 날라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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