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공포> 서민 자산가치 급락에 가계부채 이중고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 서민 가계가 자산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내려가는데도 대출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은 갈수록 커져 살림살이가 심각한 수준으로 궁핍해진 것이다.
서민들은 부동산 급매, 보험 해지, 대부업체 이용 등 다양한 비상수단을 활용하고 있으나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다.
◇ `부동산 몰방' 서민 하우스푸어로 전락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자산은 총 2억9천765만원이다. 이 가운데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액수는 2억1천907만원으로 총 자산의 73.6%에 해당한다.
전ㆍ월세 보증금을 제외한 금융자산(저축액)은 평균 5천23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16.9%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8년 정점에 달했던 집값이 폭락한 탓에 상당수 부동산 보유자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해버렸다.
집값은 내려가는데 매물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고 거액의 대출 이자가 옥죄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6천922건으로 전월보다 16.3%, 전년 동월보다 29.3%나 줄었다.
서울 강남구, 송파구 일대의 주요 재건축 단지의 매매가격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낮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50.63㎡는 2008년 12월 평균 7억6천500만원까지 급락했다. 지금은 그때보다도 4천만원 더 내린 평균 7억2천500만원에 거래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도 수도권 주택 가격은 2%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 대출이 늘면서 올해 1분기 가구당 평균 이자비용 지출은 9만6천원으로 18.3%나 급증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부동산 경매시장의 낙찰 가격이 내려가 아파트를 경매로 처분하고도 못 갚는 빚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아파트 경매 미회수금액이 623억7천만원으로 18개월 이래 가장 많았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투자하는 주식 가격도 심각하다. 코스피가 연말에 2천300선 이상 갈 것이라는 기대를 깨고 1천800선 밑으로 내려왔고 그마저도 삼성전자 등 대형주를 빼면 사실상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주식에 투자한 상당수 서민이 무더기 손실을 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값이 내려가자 이를 만회하려고 벤처기업 등에 투자했다가 상장 폐지 등으로 돈을 날린 서민도 10만명이 넘는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도 3분의 1토막으로 내려앉았다.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 지표 구실을 한다.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예고하는 신호인 셈이다.
23억원까지 호가했던 남부CC의 회원권 가격이 9억9천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로써 국내 골프장 가운데 무기명 회원권을 제외하고 10억원을 넘은 곳은 한 곳도 없다.
리조트 회원 가격도 1천만원대가 깨졌다. 용평 타워콘도가 960만원에 가족과 지인까지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을 내놨다. 대형 리조트 회원 모집 가격이 1천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천만원대 회원권은 콘도라는 형태가 첫선을 보였던 20년 전 시세로 회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험도 깬다…대부업체 몰려
어려운 살림에 서민들의 보험 해약이 줄을 잇고 있다.
보험은 은퇴 후 삶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고려하면 보험 해약 증가는 서민 가계가 매우 힘든 상황까지 몰렸음을 알 수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 신규 생명보험 계약건수는 1천787만건으로 전년보다 201만5천건 줄었다.
생명보험 해약 건수도 536만여건을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보험 약관대출은 36조2462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원 이상 늘었다. 자신이 든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이나 카드사 등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자 보험을 해지하거나 이자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보험 약관대출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임에도 대부업체를 찾는 서민은 되레 늘고 있다.
2008년 9월에는 130만여명이 대부업체에서 5조6천억원을 대출받았으나 지난해 6월에는 247만여명이 8조6천여억원을 빌렸다. 대출금액이 53% 증가하는 동안 대출인원이 90% 증가한 것은 서민들의 소액 대출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주춤했던 카드론도 증가세다. 지난 5월 카드론 신규 이용금액은 1조8천160억원으로 전월보다 8% 이상 늘었다. 현금서비스 또한 지난 5월 5조7천5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천600억원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대부업 대출과 카드론 증가의 원인으로 `풍선효과'를 꼽고 있다. 가계 부채 문제로 은행권이 대출 확대를 자제하자 카드사 등 제2금융권으로 서민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황원경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발생할 소득을 바탕으로 금융자산을 늘리고, 현재 보유한 부동산 자산도 주택연금 가입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유동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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