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전세대책 안 통하는 이유
임대차 주택 월세로 이동 중…시장 벗어난 정책은 부작용만
정부로선 참 곤혹스러울 게다. 어떤 대책을 내놔도 먹혀 들지 않으니 말이다. 전문가들이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지만 뾰족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세입자만 죽어나고 있다. 꺾일 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 얘기다. 상승이 시작된 건 2009년 3월부터다. 월간 기준으로 아파트 전셋값은 30개월 연속 올랐다. KB국민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2월 이후 최장이다.
올 들어서는 상승폭이 더 커졌다. 8월까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2.1%나 올랐다.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 8.8%를 훌쩍 넘어섰다. 20%가 오른 200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 같다. 이유는 많다. 입주물량 부족,수요 공급의 미스매치,보금자리 주택의 무리한 건설,대형 재건축 동시 추진….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은 상황을 촉발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의 기저에는 집값의 지속적 하락 안정과 매매 부진이란 큰 흐름이 놓여 있다.
전세 제도에는 묘한 구석이 있다. 집값 상승을 전제로만 존속한다는 점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으면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는 패턴이 일반화되면서 뿌리를 내렸다. 지난 반세기 동안 이런 상황이 반복돼 왔다. 부동산 불패신화의 산물이자 동인(動因)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세를 놓을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 시장 상황이 그렇다.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집값이 장기간 묶여 있다. 정상가격에는 거래 자체가 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집값 상승 조짐이 없으니 매수세가 끊기고,따라서 전세 공급이 급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세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돈이 모자라 집을 못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돈 있는 사람도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판단 아래 전세로 눌러 앉는다. 전셋값이 뛰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난 1월과 2월,8월 등 세 차례 나온 정부 대책에 효과가 없는 데도 이유가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다세대 · 다가구,주거용 오피스텔을 민간이 많이 짓도록 하겠다는 1월 대책은 시장 상황을 잘못 봤다. 모자라는 건 전세인데 엉뚱하게 월세 공급을 늘리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월세집은 지금도 넘쳐난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전 · 월세로 활용하기 위해 양도 · 취득세를 감면해준다는 2월 대책도 초점이 어긋났다. 전세 수요는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중소형에 집중되는 데 반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중대형이 대부분이어서다. 임대주택사업자 기준을 완화하고 세제 혜택을 늘린 8월 대책은 공급확대를 목적으로 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 기대가 무너진 가운데 이 정도의 혜택으로 수요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세 376만6000여가구(21.7%),월세 349만여가구(20.1%)였다. 아직은 전세가 조금 많다. 하지만 월세가 계속 늘어나 2018년께는 전세의 2배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베이비 부머 세대 은퇴 등으로 주택 구입수요가 줄면서 결국 월세가 대세로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다면 억지로 전세 공급을 늘리거나 전셋값을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월세 전환에 따른 충격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 월세 상한제 같은 정책은 오히려 세입자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크다. 시장 흐름에서 벗어난 정책은 늘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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