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산정기준 손질예고..자산도 반영
부동산.예금 등 유.무형 자산 포함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금융당국이 16일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 시 소득 외에 부동산이나 예금 등 자산을 심사 항목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키로 함에 따라 DTI 산정 방식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을 끌고 있다.
DTI란 매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하며, 부동산 담보대출 시 대출 신청자의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에는 40% 이내, 강남 3구 이외 서울은 50% 이내, 경기.인천은 60% 이내 규제가 적용되고 수도권 이외 지방은 DTI 규제가 아예 없다.
또 작년 8.29 부동산 대책에 의해 실수요자의 경우 강남3구를 제외한 수도권에 대해서는 은행 자율심사에 맡겨 DTI 규제를 다음달말까지 한시적으로 폐지한 상태다.
DTI 규제는 2005년 부동산 경기 과열 억제책 차원에서 도입한 이후 적용 지역과 비율을 수차례 변경했으나 심사기준 자체를 조정한 적은 없었다.
당국이 DTI 규제 개선에 착수한 것은 DTI를 소득 기준으로만 산정하는 방식으로는 대출 신청자의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례로 근로소득 100만원과 이자소득 100만원은 DTI 심사시 동등한 소득으로 취급되지만 실제로 예금 보유량은 이자소득 100만원이 발생하는 사람이 더 많고 상환능력도 우수할 수 있다.
또 소득이 적지만 자산이 많은 사람이 같은 소득의 무자산가보다 상환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DTI 기준으로는 이를 차등화할 장치가 없다.
당국은 DTI 심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산 범위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단 부동산, 예금, 유가증권 등이 우선 검토 대상으로 분류된다.
과거 소득이 아니라 앞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을 유추해 미래현금흐름에 기반한 DTI 심사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일례로 신입사원은 앞으로 소득이 꾸준히 상승하는 반면 정년을 앞둔 직장인은 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반영하는 식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개인의 상환능력에는 자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는 DTI 심사 때 소득만 보고 있어 상환능력을 정확하게 대변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산에는 유·무형의 자산이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DTI 심사기준에 자산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DTI 규제를 완화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액의 예금과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DTI 심사 때 제약을 받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옮겨가지 않는 것이 전세난의 요인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DTI 규제 완화는 정부 입장에서 매매수요를 진작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또 3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 중인 DTI 규제 완화 조치를 4월부터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대신 DTI 제도 정비를 통해 대출액을 늘려줌으로써 매매시장 위축을 막겠다는 의도가 포함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DTI 심사기준 변경이 대출한도의 전반적 확대로 이어진다면 과도한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애초 정책적 목표에 상충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가계 대출 확대를 유도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런 부분이다.
정부는 DTI 제도 손질은 가계대출의 증감과 상관이 없고 순수하게 제도 자체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제도를 변경하면 대출액이 늘어나는 사람이 생길 수도, 줄어드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한 뒤 "좀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DTI 규제완화 조치의 원상회복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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