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전세대책서 쏙 빠진 지방 세입자 울상
부산 해운대 우동에 사는 이동성 씨(57)는 요즘 집이 아닌 동네 중개업소로 퇴근하고 있다. 2년 전 얻었던 전셋집 계약이 만료됐는데 집주인이 3000만원 이상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요구해 이사를 해야 해서다. 동네에서 85㎡ 이하 전세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그나마 지난달까지는 109㎡ 이상 중대형 아파트 전세매물은 꽤 있는 편이었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전세금이 1000만원 안팎 오르고 매물도 귀해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아들과 딸이 모두 출가해 우리 부부만 살면 되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방 3개짜리 집에 들어갸야 할 판"이라며 "정부가 이달 초에 내놓은 전세대책에는 왜 부산이나 지방에 대한 대책이 없는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1ㆍ13 전세 대책 후 지방 세입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대해서는 공공 부문 아파트를 전셋집으로 제공하고 입주시기를 앞당기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지방에 대해서는 대책이 쏙 빠졌기 때문이다.
부산, 대전, 광주 등에선 수도권 전세난이 가시화되기 전인 지난해 초부터 이미 심각한 상황을 맞은 데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금이 매매가에 육박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이달 21일까지 6개월간 대전 지역 전세금은 평균 2.76% 올랐다. 같은 기간 부산 지역 전세금은 2.65% 상승했다. 강원은 1.28%, 경남은 1.22%다. 수도권인 경기(2.73%), 인천(1.28%)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은 수준이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더#센텀파크 1차'는 공급면적 165㎡ 전세금이 작년 10월 초 2억2000만~2억7000만원이었지만 최근 2억7000만~3억원까지 뛰었다. 전세금 상승폭이 수도권을 뛰어넘고 있어 지방 세입자들의 전세금 상승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특히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 전세금과 매매값 격차가 10%도 나지 않는 곳도 등장했다. 경남 창원시 해운동 '두산3차' 전용 85㎡는 1억1250만원에 매매값이 형성됐는데 전세금은 1억500만원에 달한다. 매매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93.3%나 된다.
대전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대전시는 지난 1년간 전세금 변동률이 16.16%를 기록하는 등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다.
유성구 L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입주 물량이 거의 없었던 영향이 하반기 전세금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노은동에 위치한 전용 85㎡형 전세금이 5~6개월 만에 3000만~3500만원씩 올랐다"고 전했다.
중대형 미분양이 몰려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대구도 최근 전세금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인 데도 정부의 전세대책이 수도권에만 관심을 두자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
정부는 판교신도시 순환용주택 1300가구를 임대주택으로 전환 공급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성남, 일산 등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도 전월세 주택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원재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은 "이번 전세대책에서 단기효과를 볼 수 있는 공급책은 수도권에 초점을 맞춘 게 사실"이라며 "지방의 경우 수년간 공급부족이 전세난의 가장 큰 배경이어서 저리의 건설자금 등을 활용해 사업자들이 공급을 많이 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명진 기자 / 이지용 기자 /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A도 모바일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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