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환 기자의 부동산 깊이보기>자족형 신도시·도심 중소형을 주목하라
찬바람만 불던 세종시 부동산이 최근 달아오르면서 신도시들이 다시 조명 받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끝난 세종시 첫마을아파트 '퍼스트 프라임' 순위내 계약률이 80%를 넘었습니다. 계약률 80%면 지금 같은 주택시장 침체기에 상당히 높은 것이지요.
지난해 12월 당첨자가 결정난 분양권에도 수천만원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고 하네요. 2012년 초에나 거래가 가능한 데도 명의 신탁이나 믿을 만한 수요자들끼리 공증을 통해 분양권을 전매하고 있는데 금강 조망권이 있는 84㎡의 경우 2000만원, 119㎡는 3000만원의 웃돈을 주고도 사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분양설명회를 할 때만 해도 관심을 끌지 못했는데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된 셈이지요.
세종시 주변 부동산시장에선 단독주택 330㎡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딱지(입주권)'도 5000만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답니다.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초만 해도 1000만원 내외였는데 불과 수개월 사이에 5배가량 뛴 것이죠. 이주자들에게만 주어지는 딱지 거래는 위험한 투자임에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세종시 부동산이 최근 들어 각광 받는 것은 정부청사 이전 등 호재 말고도 신도시 역사상 유일하게 자족도시로 건설되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세종시가 급부상하면서 여타 신도시에도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습니다.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경인아라뱃길, 김포 한강로 개통 예정 등의 호재로 1월 들어 투자 수요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신도시도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면 베드타운 역할을 벗어날 수 없고, 부동산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지요. 이 때문에 신도시 투자는 신중해야 합니다. 인구 감소와 소득대비 높은 집값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부동산시장은 도심의 중소형 주택과 임대주택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실제 이런 조짐은 서울과 직결되는 판교와 분당, 평촌 등을 제외한 신도시에서 2009년부터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 증가는 도심의 중소형 주택을 더 오르게 하는 반면, 신도시 주택을 더 하락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노인들이 넓고 편안한 신도시의 집보다는 작지만 각종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 주택을 선호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의 고물가와 높은 집값, 안정된 직장 잡기의 어려움 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서 베이비붐(1955~1963년 출생)세대가 자녀 뒷바라지는 물론 손자 교육까지 해야 하므로 신도시보다는 도심주택 거주를 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현재 짓고 있는 신도시에 투자하려면 대중교통 접근성, 좋은 학군, 문화 및 편의시설, 준공 시기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중소형 주택에 국한하는 게 좋습니다. 2006년과 2007년 부동산 호황때 신도시에 투자한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을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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