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둥지둥 물가대책] 재탕·삼탕 '전세대책'..국토부 '업무계획' 제목만 바꿔 보고
중대형 위주 미분양으론 소형 전세수요 흡수 못 해도시형 생활주택 늘려봤자 월세주택 공급과잉 부채질
정부와 한나라당이 7일 물가안정을 위한 당정협의를 열었지만 전세시장 안정대책은 없었다. 대부분 논의 내용은 국토해양부 올해 업무계획의 제목만 바꾼 정도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내놓을 예정인 물가안정종합대책에 전셋값 급등세를 진정시킬 만한 대책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 주택 수급을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 단기 전세대책은 미봉책일 뿐이라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알맹이 없는 당정 협의안
국토부는 전세대책으로 크게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소형 ·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신혼부부 등에 주택기금 지원을 확대하며 △재개발 · 재건축 이주시기를 분산시키고 △전 · 월세시장 가격정보 등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소형 ·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의 건립채수 제한을 현행 150채 미만에서 300채 미만으로 완화하고 주택기금 지원액을 늘려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대책들은 작년 '8 · 2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이미 가닥이 잡혔던 '구문(舊文)'들이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새로운 내용이라면 공공주택 공기 단축,저소득층을 위한 다가구 매입 ·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선정 절차 간소화로 임대주택 공급시기를 당기겠다는 게 전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작년 7.1%로 8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인 전세 시장을 무시한 처사"라며 "오른 전셋값을 마련하느라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들의 거센 반발을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해법 안돼
국토부는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2만9000여채 쌓여 전세물건 공급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미분양의 약 70%인 2만367채가 전용 85㎡를 넘는 중대형이어서 전세난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원장은 "지금 시장에서 집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며 "전세 수요가 몰리는 소형주택 미분양이 중대형에 비해 극히 적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작년 11월 말 기준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8897채 가운데 약 84%인 7463채가 중대형이다. 전세 수요자들은 이런 물건을 찾지 않고 있어 아무리 수도권에 물량이 많더라도 전세난 해소에는 기여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도시형 생활주택도 월세 임대용이어서 세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수요자들은 정상 거주가 가능한 소형주택을 원한다"며 "서민이라도 자녀가 1명 이상이면 도시형 생활주택에는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한제 폐지로 공급 늘려야
전문가들은 전세난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집값 상승 억제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에 정책 수단을 모은 탓에 △민간주택 공급 위축 △세입자 눌러앉기 등을 초래,전세난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전세수요가 많은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민주당 등 야당이 반대한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 · 완주)은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정부 발표는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상한제는 여전히 필요하다는 게 당론"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전세수요를 막기 위해 재건축 · 재개발 물량과 시기를 조절하는 내용의 관련 법안도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어서 강남권 재건축이 본격화되면 전세난도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서후석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민임대단지를 보금자리지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임대가 줄고 분양이 늘었다"며 "국민임대단지는 당초 계획대로 임대만 짓는 게 전세시장 안정에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형 택지를 소형으로 쉽게 변경해주고 소형주택 건설에 주택기금 지원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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