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7제] ⑤ 부동산 반등 조짐 보이나

2010. 10. 2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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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제를 휘감은 불확실성 7제◆

정부가 고심 끝에 8·29 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듯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래가 늘거나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서울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꺼리는 심리가 완연하기 때문이다.

DTI 규제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수도권 주택 시가총액은 무려 25조원 증발했다. 특히 서울 강남3구와 분당, 용인 등 버블세븐지역이 대출규제 강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8·29 대책에 포함된 DTI 규제 완화조차 분위기를 반전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일부 지역은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전세금이 크게 오르고 물량마저 동나자 전세 대기수요가 매매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은 지역은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 급매물이 팔리는 분위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형 아파트인 60㎡ 이하의 전세금은 6월 0.05% 상승했지만 9월에는 0.61%로 상승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치솟는 전세금에 비해 매매가가 싼 지역은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돌아서고 있다. 서울지역 평균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중이 40%인 데 비해 서대문구는 49.9%, 관악구 47.6%, 노원구 44.8%에 이른다. 평택시와 광명시는 각각 56%와 49%로 경기 평균치인 43.7%를 웃돈다.

그렇다면 부동산 가격은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을까. 정책, 금리 등 국내 변수도 중요하지만 국외시장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단 이웃나라 중국 부동산시장은 외국 자본이 잇따라 유입되면서 반등 움직임이 감지된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상하이 중심가인 루자쭈이 부근의 고급주택단지를 JP모건에 12억위안(2052억원)을 받고 판매했다. 이를 두고 신경보(新京報)는 "유럽·미국 부동산시장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홍콩·싱가포르 등의 외국 자본이 중국 대도시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정부 정책으로 억눌린 부동산 가격이 다시 꿈틀거릴 조짐"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시장이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언론재벌이자 부동산 큰손인 모티머 주커먼이 운영하는 부동산업체 보스턴 프로퍼티사는 최근 보스턴의 최고층 빌딩인 존핸콕타워를 9억3000만달러에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WSJ는 "미국 부동산시장에서 일부 대형 상업용 건물이 거래되는가 하면 임대료, 공실률 사정이 좋아지는 등 약세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넘쳐나는 미분양, 가계부채 변수

부동산시장에서도 전 세계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주요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면 국내시장에도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그룹 수석부사장은 세계지식포럼 특별강연에서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어렵지만 한국 등 신흥 부동산시장은 전망이 밝다"고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그룹이 처음으로 국외에 진출한 나라가 한국"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신흥시장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시장에서 인천 등의 도시는 충분히 투자할 메리트가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 역시 '부동산시장, 대세 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가격 조정, 인구구조, 주택담보대출 등 요인을 점검한 결과 부동산시장의 대세적인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이 선진국과 달리 큰 폭의 가격 조정을 받지 않아 추가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미 위기 이전부터 대출규제로 부실 위험을 낮췄기 때문에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수요공급 변수도 살펴봐야 한다.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 29만9000가구지만 내년에는 18만8000가구, 2012년 10만9000가구로 급감한다. 2008년 이전 분양가상한제를 피한 밀어내기 분양으로 올해 입주가 몰렸지만 이후 신규 분양이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축연도가 30년을 초과한 재고주택(2005년 기준 158만가구)이 앞으로 10년 내 재건축·재개발되면 15만8000가구 규모의 멸실 수요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신규 입주물량이 본격 감소하는 내년 상반기부터 주택 가격이 본격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집값이 쉽게 반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부동산시장 부진 원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계부채 누적, 금리인상 가능성, 주택보유 수익률 하락 등이 주택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베이비붐세대 은퇴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전반적인 주택 수요가 감소해 구조적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이를 예상하듯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는 계속 줄고 있다. 올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말 대비 43%나 감소한 2203건에 불과하다. 미분양물량도 여전히 많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10만3981가구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 비중도 50%에 육박해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뒤이은 국가재정위기로 출구전략을 조기에 시행하면 부동산 시장 위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8호(10.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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