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 파워 그룹 어떻게 변했나
이명박 정부가 8월 25일로 임기 2년 6개월을 맞았다. 그동안 여권 내 파워 그룹의 변화 또한 적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는 초기 주요직 인사 때 정치인들이 많지 않았는데, 지난 대선 때의 외부 측근 인사들이 대거 발탁됐던 때문이다. 여의도 바깥의 전문가와 관료들이 정권 초창기의 정부 기조를 움직였던 셈이다.
하지만 집권 반환점을 돈 현시점에선 정치인과 이명박 대통령 핵심 측근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박희태 대표-류우익 대통령실장' 체제에서 '안상수 대표-임태희 실장' 체제로 바뀐 당·청 지도부를 보면 이런 특징이 명확해진다. 어느 정도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분위기도 읽혀진다.
◇ MB 정권 '실세' 변천사 = 2008년 첫 조각 때 기용된 한승수 전 총리는 정·관계를 두루 거쳤지만 엄밀히 말해 상공부 장관,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거친 '테크노크라트'다.
청와대의 경우 초기 대통령실장과 수석급 인사 9명 중 교수 출신이 6명이었다. 류우익 실장을 비롯해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이동관 대변인 등 측근들이 청와대에 배치됐지만 순수 정치인 출신은 거의 없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안상수 원내대표,이방호 사무총장을 필두로 하는 '친이(친이명박)' 직계들이 주도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은 권력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이재오·이방호·정종복 의원이 낙선하면서 측근 라인의 붕괴가 현실화됐다. 청와대에선 취임 넉 달 만인 2008년 6월 류 실장과 대부분의 수석들이 퇴진했다.
측근 라인의 빈자리는 중립적이거나,친이 직계는 아니지만 친이 성향이 있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2기 당·정·청 대표 인사인 '3정(정몽준 대표-정운찬 총리-정정길 실장)'이 새롭게 전면에 나섰다. 지난 8월 실시된 여권 개편의 화두는 역시 '정통 MB맨'들의 화려한 등장으로 요약된다. 16개 부처 중 10개 부처 장관이 대선 캠프나 인수위원회 출신으로 채워졌다.
◇ 세대교체로 레임덕 방지 = 여권 내에서는 당·정·청이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출범한 2기 내각의 평균 연령은 59세로 1기(62.4세)에 비해 3세 이상 낮았다. 최근 출범한 3기 내각은 58세로 이보다 더 낮아졌다.
인사청문회에서 거센 공방에 휩쓸렸던 김태호 총리 후보자는 48세로 정운찬 전 총리보다 15세나 젊다. 청와대 수석들의 평균연령도 현재 55세로 집권 초기(57.9세)에 비해 더 젊어졌다.
이 같은 세대교체는 이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기조와 맥락이 닿아 있다. 예컨대 참신하고 젊은 여권 지도부를 구성,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 이후 자칫 불거질 수 있는 조기 레임덕을 철저히 막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공고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이재오 의원이 특임장관으로 기용된 것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여권에서는 그를 'MB 대리인'으로 부른다. 당·정·청에서 '친정 체제'를 구축한 이 대통령이 후반기 친서민 기조로 '강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MB 정부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준혁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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