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DTI규제 사실상 '해제'

[한겨레] 내년3월까지 '9억 이하 주택' 대상…강남3구 제외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 연장…보금자리 공급 축소

* DTI:총부채상환비율

정부가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내년 3월까지 폐지하는 내용의 부동산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사실상 서민들에게 자신의 상환능력을 뛰어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을 부추기는 것으로, 집값 떠받치기를 위해 가계부채 부실화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날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을 보면, 무주택자나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할 예정인 1주택자가 투기지역인 서울 서초·강남·송파구 3구를 제외한 수도권에서 9억원 이하 주택을 사는 경우, 내년 3월 말까지는 은행에서 디티아이 적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디티아이는 1년 동안 내야 하는 대출 원리금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현재는 강남 3구 40%, 서울 일반 지역 50%, 인천·경기 60%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3월 이후 디티아이 폐지를 연장할 가능성에 대해 "이번 조처의 시행 경과 및 주택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출금액 1억원까지는 소득증빙 없이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으며,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생애 첫 주택 구입자와 신규주택에 입주할 예정이거나 이미 입주한 사람이 팔려고 내놓은 85㎡ 이하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은 내년 3월 말까지 연리 5.2%에 20년 상환 조건으로 2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올 연말까지만 시행될 예정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도 2년 더 연장된다. 다주택자들은 원래 50~60%의 양도세를 내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6~35%의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취득·등록세 50% 감면도 내년 말까지 연장되고, 각종 세제혜택을 받는 임대사업자 자격도 대폭 완화된다.

정부가 대표적인 '친서민' 주택정책으로 내세웠던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도 건설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부 조정했다. 우선 10월로 예정된 3차 지구 사전예약 물량을 전체 공급 가구의 80%에서 50%로 줄이고, 4차 지구는 1~3차 때의 4~6곳보다 크게 줄인 2~3곳만 지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권의 건설사 자금 지원을 위해 3조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나 대출담보채권(CLO)을 발행하는 한편, 지방 미분양주택 매입조건을 완화하고 건설업체당 매입한도도 15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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