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전국 5만가구 'DTI 완화론' 또 고개
주택분양시장의 기능이 완전 마비되고 있다. 7월 공공주택 분양은 전달보다 최대 10분의 1로 줄었다.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미분양 아파트도 11개월 만에 또다시 5만 가구를넘어섰다. 미분양 해소를 위해 건설업계에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부에선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수도권 '악성' 미분양, 75%가 중대형=국토해양부가 2일 발표한 '7월 분양실적'에 따르면 공동주택은 수도권 4447가구, 지방 1271가구 등 전국에서 5718가구가 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분양물량(수도권 1만5052가구, 지방 1만2208가구)과 비교하면 수도권은 3분의 1, 지방은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또 이날 발표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 현황'에 따르면 준공 후 분양되지 않은 '악성 미분양' 주택은 5만1196채(수도권 6185채, 지방 4만5011채)에 달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 3월 4056채로 떨어졌던 악성 미분양 주택이 4월(4392가구)과 5월(4766가구)에 크게 늘어난 데 이어 6월에도 21%나 급증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기도 파주와 고양, 용인 등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수도권 단지를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수도권 내 악성 미분양 주택 중 중대형(85㎡ 이상)이 4가구 중 3가구(75.6%)에 달해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주택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중대형보다는 85㎡ 이하의 중소형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중대형-중소형 주택 간 가격 역전현상이 잇따르면서 중대형 주택은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중대형 주택의 악성 미분양은 당분간 소진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DTI 완화해야" VS "시장상황 좀 더 지켜봐야"=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시장 침체기에는 DTI 등 대출 규제가 금융위험 관리보다는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DTI를 10% 포인트 정도만 완화해도 수도권 내 악성 미분양 물량이 절반 정도(약 3500가구) 해소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수도권으로 확대하고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전면 면제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연장하는 등 세제감면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있는 데다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DTI 규제가 풀린다 해도 거래가 활성화될지는 미지수"라며 "DTI 규제 완화가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만능 대책인 것처럼 호도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DTI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본보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대책과 관련 "8월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해 DTI 규제 완화를 미룬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살펴본 뒤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이명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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