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한도는 규제가 아니라 '상식'이다

2010. 7. 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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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새사연 기자] DTI는 왜 규제하는가?최근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4?23 거래 활성화 대책'을 내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7월 22일에 또 다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6월 17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가계부채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LTV와 DTI 등 금융규제는 유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최근 보수언론과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수도권 DTI 한도를 비롯한 금융규제를 완화할 것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내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 7.28 재보선을 의식한 한나라당 지도부 또한 DTI 규제를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DTI(총부채 상환비율)란 소득으로 원리금 상환액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큼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금융기관의 미시건전성과 국민경제의 거시건전성 유지를 위해 LTV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국민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DTI 40%는 국제적인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현재 서울의 50%(강남 투기지역 40%)와 경기·인천의 60%는 결코 엄격한 규제 수준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의 주택금융공사와 유사한 기능을 지닌 GSE 대출을 적용받는 Conforming 대출의 경우 36~43%, nonconforming 대출의 경우 통상 55%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이후 2009년 2월 발효된 Homeowners Affordability and Stability Plan에 따르면 DTI가 38%를 넘지 않도록 금융기관에 책임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와 은행의 공동 부담으로 31%로 줄이는 대출조건 조정계획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총소득에서 부채의 원리금 상환의 한도를 50%로 정한 것은 통상적 국제적 기준과 최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강화 추세 그리고 우리나라의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가격에 비추어 결코 엄격한 규제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 침체, 정말 DTI 탓일까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거품은 신자유주의 금융화에 따른 전 세계적인 추세였다. 소득 양극화의 지속적 확대, 금융부문의 투기적 활동 증가 그리고 자산시장 버블 등은 취약한 경제성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부채를 통해 총수요를 창출'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7년 132%까지 상승했다. 버블붕괴 이후에는 가계의 부채조정으로 작년 말 123.8%로 하락했지만, 우리나라는 작년 말 152.7%까지 상승해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은 미국보다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택가격의 적정성을 나타내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 또한 2008년 기준 우리나라는 6.26으로 미국(3.55), 일본(3.72)보다 68~73%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의 경우 이 비율은 12.64에 달해 미국의 주요 도시인 뉴욕(7.22)이나 샌프란시스코(9.09)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2000년 4.75(서울은 7.69)에서 2008년 6.26(서울은 12.64)으로 크게 상승했는데, 이는 양극화에 따라 가구의 평균 가계소득은 정체되고 있음에도 2000년대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의 가계 레버리지 추이 비교(1990~2009)

ⓒ 새사연

또한 인구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즌 도래라는 인구 구성의 변화, 수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따른 평균가구와 청년가구의 소득 정체, 공급 측면에서 신도시 확대 및 보금자리주택 등 공급 증가, 통화당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인상 추세로 당분간 주택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가격 하락은 주택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가계의 소득에서 부채상환비율을 50% 이내로 유지하는 것은 규제라기보다는 경제적 상식에 가깝다. 부동산시장의 장기하락 추세에 비추어 소득에 비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채를 늘려 주택을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휘발유를 들고 불섶에 뛰어들라'는 매우 위험하며 무책임한 태도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가계경제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부동산 대책은?

따라서 우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부동산 버블을 더 확대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침체된 거래를 활성화하고 가계 및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인지 정책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전자라면, DTI를 비롯한 금융규제 완화로 투기적 수요를 끌어들여 일시적으로 부동산 버블을 부추길 수 있지만, 장기적 하락 추세에서 시장에 잠재된 투기적 기대가 실현되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된다. 또한 현재도 감당하기 벅찬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는 향후 민간소비 위축과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후자라면, 인위적으로 시장의 자금흐름을 왜곡할 것이 아니라 소득대비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가격으로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기적 수요 감소와 부동산시장 침체 전망에 따른 점진적 부동산 가격 하락은 소득 대비 적정한 실수요 가격 및 거래 형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핵심 기조는 공기업인 LH공사나 자산관리공사가 민간건설사의 미분양분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매입해 건설회사와 금융기관의 부실을 이전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친기업적 부동산 대책으로 LH공사와 자산관리공사의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았는지 국회의 감시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앞으로는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DTI 등 건전성 규제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이 조치가 제2금융권을 포함한 모든 금융회사에서 제대로 시행되어 정책의 사각지대가 나타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DTI 한도를 40% 이내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유도하고, 단기 일시상환 대출을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도록 가계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조정 프로그램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현재 예금은행의 예대금리 차이는 2.56%(신규취급액 기준)로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인데, 이는 은행이 부동산 관련 파생상품 및 대출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가계부문에 부담을 전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KB금융지주 등 회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하여 관치금융 논란을 초래할 것이 아니라, 예대금리 차이를 줄여 가계의 이자 부담이 경감되도록 은행의 적정한 금리 산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현재 금융 감독당국에 필요하다.

무엇보다 소득대비 적정한 부동산가격 유지가 거래 활성화의 필요조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수도권 일부의 높은 부동산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함은 물론, 양질의 고용 창출 및 노동시장의 각종 차별정책 해소 등을 통해 중ㆍ저소득층의 실질소득 증가를 유도하는 거시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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