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 기대긴 싫고 팔자니 막막 '주택연금'으로 노후.. '住테크' 패러다임 바뀐다
68년간 돈을 모아 집 한 채를 마련했다. 경기도 성남의 20평형대, 시가 2억5000만원짜리 아파트. 평생 슈퍼마켓을 운영해온 임모(70)씨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구입한 이곳에서 아내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대형마트에 밀려 지난해 초 슈퍼마켓을 팔았다. 결혼한 외아들이 "모시고 살겠다"고 했지만 아들도 살림이 넉넉지 않아 거절했다. 별다른 수입이 없던 터라 생활자금은 이내 바닥이 났다.
아파트를 내놓았지만 부동산 시장 폭락으로 여의치 않자 그는 주택연금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팔아봤자 서울 강남에서 다세대 주택 전세도 얻기 힘든 아파트로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비록 '금싸라기' 아파트는 아니었어도 집은 그를 배반하지 않았다. 그는 2008년 주택연금에 가입했고 현재 월 135만여원을 꼬박꼬박 받고 있다.
주(住)테크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과거 은행 빚을 지고 아파트를 구입해 되파는 부동산 재테크의 거품이 꺼지면서 실속파 주테크족(族)이 급증하고 있다.
◇강남3구가 변했다='부동산 불패' 신화를 자랑하는 서울 서초·강남·송파구도 꺼지는 부동산 거품 앞에서 실속파로 돌아섰다. 강남3구의 주택연금 가입자 수는 2008년 7월 11건(3.3%)에서 지난해 47건(6.8%), 올해는 107건(9.3%)로 해마다 배 이상 가입자 수가 늘어났다.
주택연금 가입 최고 한도인 9억원(감정가 기준)짜리 주택 9채 가운데 6채가 강남3구 소속이다. 서초구 4채, 송파구 1채, 성남시(분당·3채), 종로구 1채 순이다.
상품 초기 단 한명도 가입하지 않았다던 강남3구가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대출상환에 대한 부담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대출받아 집을 샀던 사람들인데 중대형을 중심으로 집값이 대폭 하락하면서 경제적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주택연금부 김형목 기획팀장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목돈을 일시불로 받아 대출을 갚을 수 있고 매달 조금씩 생활자금까지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몇 년 사이에 강남3구에서도 가입자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파 주테크족 몰린다=연금에 가입한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7700만원이다. 1억∼2억원 미만 주택이 945채(29.2%)로 가장 많고 2억∼3억원(23.4%), 3억∼4억원(15.3%), 1억 미만(11.2%) 등 순이었다. 전체의 78.7%가 국민주택 규모인 85㎡ 이하 규모다.
매달 받는 연금 규모는 50만∼100만원이 39.1%로 가장 많고 100만∼150만원(20.1%), 50만원 미만(20.0%), 150만∼200만원(11.3%), 200만∼300만원(7.5%), 300만원 이상(2.0%) 등 순이다. 아파트 시가는 서울 변두리의 중소형 아파트 가격에 불과하지만 월평균 107만7000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집 한 채로 마련할 수 있는 훌륭한 노후대책인 셈이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2007년 515명에서 2008년 695명, 지난해 1124명에 이어 올해는 지난 16일까지 906명이 가입하는 등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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