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살리려면 대출규제부터 완화해야
◆ 시장이 기대하는 부동산 대책은 ◆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올까.' 장기간 부동산 거래 침체에도 '시장이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정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살릴 묘안이 나올 것인지, 나온다면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지 부동산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등 주무부처 관계자들은 부양책 발표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정치권, 업계,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뭔가 대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 건설업계 "대출규제 완화 시급"
= 건설업계와 부동산 전문가들은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현 상황에서는 어지간한 대책으로는 수요를 살리기 어렵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효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주택거래를 가로막는 규제를 이번 기회에 풀어 주택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높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없는데 누가 집을 사겠느냐"며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별로 없는 지금이 오히려 제도 개선의 좋은 기회"라며 "과거 주택공급이 부족했던 시절에 생긴 제도들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집값 하락과 거래 부진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침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대출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11만가구에 달하는 미분양 해소를 위해서도 대출규제 완화는 필수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PB는 "주택 구매를 자극할 만한 뾰족한 대책은 없지만 '대출규제 완화' 없이는 수요를 끌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 분양가상한제 폐지 요구도
= 민간주택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지난해 실시됐던 미분양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 등의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민간주택 공급물량은 2002년 전체의 81%에서 지난해 55.9%로 줄었다"며 "민간부문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풀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수급 안정의 쌍두마차인 공공과 민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풀어 민간 공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거래 침체로 집을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다주택자를 배려해 다주택자 중과세 감면혜택도 연 장돼야 한다는 의견과 공공택지에서 주택공급 평형과 가구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물량과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자에게 저가의 주택을 공급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택수요를 대기수요로 만들어 민간 분양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 "시장에 맡겨야" 주장도
= 이처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시점에서 무리하게 대책을 추진하는 것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집값 상승기에는 대출완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집값이 꺼지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바닥을 다져가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왜곡할 수 있고 대출완화는 자칫 75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더 증가시켜 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현재 주택시장은 부양책이 나온다고 상황이 반전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정책을 남발할 필요가 없다"며 "시장에 맡겨 적정 수준의 가격조정과 매수세 유입, 시장 정상화의 수순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도 "작년에도 여러 가지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왔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유럽 금융위기 등 국제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부양책을 쓸 시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과거 과잉 공급에 따른 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불가피한 만큼 양도세 중과 연장 등 미세조정 수준의 대책으로 심리적인 안정만 유도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부사장도 "지금 DTI, LTV를 완화하는 것은 가계에 빚잔치를 하라고 떠미는 꼴"이라고 말했다.
[심윤희 기자 /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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