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할인 옵션 稅감면..건설사엔 '약보다 독'

- 당정, 업체 자구책 전제로 稅감면 차등

- 업계 "미분양 해소, 금융규제 완화 필요"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정부와 여당이 지방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3·18 대책`의 골자는 분양가 할인을 옵션으로 건 양도세 감면이다.

정부가 주택업계의 잇따른 요청에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한 만큼 업체들 스스로도 자구노력을 하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정부와 여당은 1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갖고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지방의 미분양주택에 한해 내년 4월30일까지 양도세와 취득 등록세 감면혜택을 연장키로 했다.

◇ 업체 자구책 전제로 감면폭 차등

이번 대책의 특징은 건설업체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분양가 인하 폭에 따라 감면혜택에 차등을 뒀다.

양도세 한시감면의 경우 분양가를 10% 이하로 내릴땐 60% 감면해주고 10% 초과에서 20% 이하까지 인하땐 80% 감면하며 20%를 초과해 값을 내리면 100% 감면키했다.

또 취득·등록세 감면도 연장하되 전용면적 85㎡ 초과의 경우 분양가 인하폭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화한다. 분양가 인하폭이 10% 이하인 경우 감면율을 50%로 하고 인하폭이 10% 초과부터 20%까지는 62.5%, 인하폭이 20% 초과인 경우에는 75%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업체들의 자구노력에 따라 세감면을 탄력적으로 적용키로 한 것은 최소한의 성의표시로 볼 수 있다"며 "실제 지방 미분양 해소에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분양가 인하 압박카드될 듯

주택업계는 이날 대책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규제 완화가 빠져 아쉽다는 반응이다.

A건설사 한 임원은 "꽁꽁 얼어붙은 수요심리를 녹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됐다"며 "세금감면 혜택만으로는 미분양 해소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양도세 감면 연장이 미분양 해소의 보조 수단일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위축된 수요심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DTI·LTV 등 대출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B건설사 주택영업담당 관계자는 "수도권의 미분양은 대형평형 위주지만 지방은 중소형, 대형 가릴 것 없이 미분양이 넘친다"며 "지방만이라도 대출규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새 아파트가 잘 팔리려면 재고 주택시장의 거래가 활성화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도 DTI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도세 감면혜택은 다주택자들의 투자수요를 유인하는 정책"이라며 "정책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금융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분양가 할인을 전제로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게 되면 분양가를 할인하지 않은 아파트는 아예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건설사들이 더욱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본다.C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인하에 따른 감면폭 차등화는 사실상 분양가를 깎도록 강제하는 것"이라며 "건설사를 두 번 죽이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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