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은 언제쯤?..지자체 선거가 시기 변수

2010. 1. 2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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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구전략 임박? 파급효과는 ◆

'출구전략이 이미 시작됐다' '1분기에 시작된다' '2분기다' '하반기는 돼야 한다'.

출구전략 시기를 두고 말도 많다. 한쪽에선 이미 시작했다 하는데 다른 쪽에선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는 건, 출구전략 시작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 하는 기준 차이에서 비롯된다.

'출구전략이 이미 시작했다'는 주장은 출구전략 시작 시기를 시중 유동성 흡수 시기로 봤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 흡수는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참가자들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조치는 금리 인상이다. 때문에 대체적으로 출구전략이 시작했다 하는 것은 금리를 올렸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출구전략이 언제 시작될 것인가 하는 논란은 과연 한은이 금리를 언제 올릴 것인가 하는 논란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8일 새해 들어 첫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이날 기획재정부 차관이 회의에 참가했다. 11년 만에 행사한 열석발언권(잠깐용어 참조)이다. 그날 금통위는 금리 2%를 그대로 동결했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증권사는 부랴부랴 금리 인상 시기 전망치를 수정했다.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대표적이다.

조 센터장은 '1분기(1~3월)에 출구전략이 시작될 것'이란 의견을 '3분기(7~9월)'로 바꿨다. 조 센터장처럼 1분기 금리 인상을 예상했던 골드만삭스도 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를 정부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 반대로 해석하고, 금리 인상 시기를 3분기로 변경했다. 그날 금통위의 금리 동결은 당분간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1분기가 아니라면 2분기에는 올리지 않을까?

조병문 센터장은 '2분기엔 절대 금리 인상을 시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성태 총재 임기가 4월에 만료된다. 이성태 총재 연임 대신 총재 교체가 예상된다. "신임 총재가 부임하자마자 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시나리오에 근거할 때 부임 후 몇 달 지난 7~8월경에 첫 금리 인상이 이뤄지리라 예상해볼 수 있다"는 게 조 센터장의 설명이다.

금리인상 시기:1분기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 성장률 등과 비교해볼 때 2%의 기준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빨리 출구전략을 시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상황"이라 생각한다.

조 센터장이 내세우는 추가 근거는 이렇다.

"기저효과(경제지표를 산출하는 데 있어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경제지표가 실제 상황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지는 현상, 반사효과라고도 한다)와 폭설 등의 영향으로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2.8%)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12월에 연말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줄었던 대출이 1월에는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이미 시장에서는 장기물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등 기대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월 지표가 나오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1분기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국내 전문가는 그닥 많지 않은 반면에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여전히 1분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외국계 투자은행 중 1분기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는 곳은 모두 5개사에 달한다. 바클레이스캐피털, BOA-메릴린치, 씨티그룹, HSBC, JP모건 등이 모두 '1분기 금리 인상설'을 지지한다.

금리인상 시기:2분기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에 금리 인상 시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록 시기는 다르지만 전반적인 의견은 조용준 센터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출구전략보다는 경기회복에 따라 금리 수준도 어느 정도 정상화돼야 하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데서 의견이 전적으로 일치한다. 다만 1분기에 국내외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동시에 경기회복에 따른 물가 불안이 다시 한 번 제기되는 과정을 거친 후 금리 인상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 시기가 2분기로 다소 늦춰질 뿐이다.

외국계 투자은행 중에서는 노무라, 유나이티드오버시즈뱅크, 도이체방크 등이 2분기 금리 인상설을 지지한다. 정부와 한은이 출구전략 시작 시기를 놓고 이견이 큰 만큼 1분기 들어 바로 출구전략을 시도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특히 노무라는 '2분기 중에서도 6월에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며 보다 구체적으로 짚었다.

금리인상 시기:3분기 이후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상반기 출구전략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대목에 주목한다. 따라서 출구전략은 3분기 이후나 돼야 비로소 시도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단순히 이 대통령 얘기만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의 근거는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거나 자칫 거품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박 센터장은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심하지 않다고 본다.

"DTI 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자산버블 등 저금리의 부작용이 확대될 가능성이 낮다."

정부가 상반기 중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는 아직 경제가 제대로 되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금리 인상이 다시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또 "여전히 부진한 기업의 고용과 투자의지를 감안할 때, 저금리를 유지해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지속시킬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는 "3분기에 출구전략이 시도될 전망보다 중요한 것은 3분기 이후에 시도돼야 한다는 것"이라 주장한다. "3분기 들어 경제기조를 확인한 후 출구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외국계 투자은행들 중 3분기 인상을 주장하는 곳은 최근 전격적으로 전망치를 바꾼 골드만삭스가 유일하다.

그렇다면 과연 올해 금리는 어느 정도 인상될 것인가?

상반기에 출구전략이 시작된다고 의견을 제시한 조용준 센터장과 박연채 센터장이 금리 인상 폭도 가장 높게 전망했다.

가장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이는 박연채 센터장이다. '경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1.5%포인트 전후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용준 센터장은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분기마다 0.25%포인트씩, 4분기에는 0.5%포인트를 올려 연내에 한은 기준금리가 3.25%가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반면 하반기에 출구전략이 시작된다고 보는 경우는 금리 인상 폭도 그만큼 작게 봤다.

하반기에 비로소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경우, 실질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적은 만큼 금리 인상 폭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박종현 센터장은 '연간 두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가량 소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점친다. 조병문 센터장은 "0.25%포인트씩 두 차례에 걸쳐 인상해 현재 2%인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이라 전망한다.

잠깐용어

열석(列席)발언권

사전적 의미는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권한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법 91조에 따르면 '열석발언권은 기획재정부 차관 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제시됐다. 열석발언권은 한은 동의와 무관하게 정부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1호(10.01.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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