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규제 확대 두달..집값 어떻게 될까?
'본격 하락이 시작된 것이냐, 일시적인 조정이냐.' 서울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지만 신규 분양시장 열기는 여전히 뜨거워 내 집 마련이나 이사 등을 앞둔 주택 수요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집값 전망을 위해서는 경기 회복 여부와 수급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어 지역적으로 개발 호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고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수도권 입주 물량 늘지만 서울 입주는 소량
= 아파트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과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는 입주 물량이다.
서울지역 연간 아파트 입주 가구 수와 매매가 변동률을 살펴보면 강력한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서울 아파트 입주 가구 수가 2000년(7만6264가구)과 비교해 2001년(5만8233가구)과 2002년(5만1887가구) 연속 하락하자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00년 4.18%에서 2001년 19.33%, 2002년 30.79% 로 폭등했다. 반면 2003년 입주 가구 수가 7만8160가구로 늘어나자 매매가 상승률은 10.18%로 주춤했다. 2004년에는 입주 가구 수가 다시 줄어들었으나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매매가가 더욱 주춤했다.
그러나 입주 물량 증가 없는 규제 강화는 집값을 잡는 데 무력했다. 2005~2006년 연속해 입주 가구 수가 줄어들자 매매가가 2006년 폭등했다.
이후 2007년 한 해 동안 숨고르기를 한 집값은 2008년 입주 가구 수 증가와 글로벌 경제위기가 맞물리며 안정세를 이어갔다.
올해에는 서울 입주 가구 수가 감소하고 경제가 회복되면서 집값이 7~8월부터 상승세를 탔으나 9월 초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하락 국면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내년 서울 입주 물량만 감안하면 집값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은 3만5557가구로 올해(2만9654가구)보다는 많지만 2000~2009년 평균(5만4795가구)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서울은 뉴타운ㆍ재개발 사업으로 멸실 가구 수가 많아 자칫 내년 초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난에 이어 집값 상승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행히 내년 경기도 입주 물량이 12만1073가구로 2000~2009년 평균 9만9294가구를 크게 앞지르고 있어 서울에서 부족한 공급분을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도 내년 입주 물량이 17만4617가구로 예상돼 2000~2009년 평균(16만9179가구)을 소폭 앞선다.
◆ 경기 회복 vs 금리 인상
= 수급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는 경기 회복 여부.
전 세계적으로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지만 주요 연구 기관은 2010년 국내 경제가 회복 기조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4%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고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도 각각 3.9%와 4.2% 상승률을 예상했다.
부동산 경기는 실물경기를 반영하기 마련인 만큼 경기 회복은 부동산시장 상승 요인이다. 그러나 경기 회복이 진행되면 금리 인상과 규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어 상승폭과 속도를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 지방선거 집값 상승 부추길까
= 내년 지방선거도 집값 안정을 위협하는 변수다. 자칫 개발 공약이 남발돼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에도 후보자들이 뉴타운ㆍ재개발 공약을 내세우며 집값을 들쑤셔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지방선거가 국지적 불안요인이 될 수는 있겠지만 일회용 변수라는 점에서 너무 큰 비중을 두기는 어렵다"며 "수급이나 금리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 인구 줄고 베이비부머 은퇴 시작
= 주택시장 주도 세력인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인구 감소는 집값 하락론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올해 4875만명에서 2018년 493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9년부터 하강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저출산 여파로 30대 중반대 신규 주택 소비계층 유입은 줄고 기존에 주축을 이루던 40ㆍ50대 중장년층은 은퇴 후 주택시장에서 빠져나가 주택 소비층도 감소한다.
1985년 862만명이었던 35~54세 인구는 지난해 1626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이 기간 주택 가격은 급등했다. 그러나 2011년 35~54세 인구는 165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10만명씩 줄다가 2020년 이후로는 매년 20만명씩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이미 한 차례 이 같은 과정을 겪었다.
일본 베이비붐 시기는 두 차례 있었는데 1929~1938년 태어난 세대와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단카이세대'다.
1990년부터 시작된 일본 부동산시장 하락은 첫 번째 베이비부머 은퇴 시점과 일치하고 일본 35~54세 인구는 1990년 3680만명에서 2006년 3350만명으로 줄었는데 이 기간에 집값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에 태어난 사람들로 2010년 기준으로 712만명에 달한다.
총인구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14.6%로 일본 단카이세대(5%)보다 훨씬 비중이 높아 은퇴가 본격화한다면 주택 수요 감소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유발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이 인구 감소와 더불어 곧바로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 시각이다.
강민석 메리츠증권 부동산연구소 연구위원은 "인구 감소는 주택수요 감소와 연결될 수밖에 없지만 단순히 인구뿐 아니라 가구 수 변동 추이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1~2인 가구 증가로 가구 수 감소는 2025년께나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인구 감소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주택 보급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주택시장이 차별화를 보인다는 의견도 많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수도권 내 젊은층 인구가 많고 1~2인 가구 증가폭이 커 인구 감소 영향을 덜 받겠지만 2기 신도시 등 외곽 지역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1960년 20%였던 수도권 인구 비중은 2004년 47.1%로 급증했고 2015년이면 50.2%로 전체 인구 중 절반을 넘게 된다.
강민석 연구위원은 "선호 지역은 여전히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에는 10채 중 7~8채가 올랐다면 미래에는 2~3채로 줄어든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소득 대비 너무 높은 집값
= 소득 대비 집값이 너무 높다는 점 역시 집값 하락을 점치는 핵심 근거다. 소득 대비 집값이 정상이냐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수가 주택구매력지수(HAI)다.
HAI가 100보다 커야 현재 중간 소득 가구가 중간 가격 주택을 무리 없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서울 아파트는 55.7에 불과하다. 서울에 사는 중간 소득 가구는 중간 가격 주택을 구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HAI를 근거로 집값 거품론자들은 "서울 지역 소득 대비 집값은 유지될 수 없는 심각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집값 상승론자들은 "서울 아파트는 전국에서 소득 상위계층 수요 대상"이라며 "전체 서울 거주자 소득만을 따져 집값 거품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은아ㆍ김인수 기자
[이은아 기자 /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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