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한달새 5천만원 '뚝'..쌓여가는 급매물

김관웅 2009. 10. 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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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치 앞도 안 보이던 부동산시장 같은 분위기가 나네요. 추석 이후엔 전화 한통도 없습니다. 거래가 완전히 끊겼어요."(서울 용산구 산천동 L공인 관계자)

"한달 만에 가격이 5000만원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3∼4개씩 쌓이기 시작했어요.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O공인 관계자)

정부가 지난 9월 초부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 강남권에서 서울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고 이달 초에는 제2금융권까지 적용하기로 하면서 기존 아파트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또 이달 초부터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청약이 시작되고 이번 DTI규제에서 자유로운 신규 분양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기존 아파트 시장은 매수문의가 아예 끊기고 급매물이 다시 쌓이기 시작하는 등 올 초 짧은 상승세를 마감하고 다시 내리막길을 걸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강남권 급매물 다시 쌓이기 시작21일 오후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인근 중개업소는 최근 급작스럽게 떨어진 가을 날씨보다도 더욱 스산한 분위기였다.

인근 O공인 관계자는 "추석 이후 5400여가구 단지에서 단 한건의 매매도 성사되지 않았다"며 "찾아오는 사람은 물론 문의전화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추석 전보다 호가를 5000만원 이상 내린 급매물이 단지마다 3∼4개씩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달라붙지 않고 있다.

추석 전까지 매매시장을 주도하던 강남 재건축 시장은 급매물이 쌓이기 시작했지만 매수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구경하기 어렵다는 게 요즘 현지 중개업소 분위기다.

개포주공아파트 1단지 49㎡는 추석 전보다 5000만원 싼 10억원, 3단지 36㎡는 한달 전보다 6000만원이나 떨어진 6억8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거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거래가 활발하던 송파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추석 전까지만 해도 중개업소마다 한달 평균 5∼6건씩 거래가 있었다면 지금은 매매계약을 한건도 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송파구 잠실동 신천역 인근 월드공인 이일순 사장은 "추석 이후 딱 한건 계약했다"면서 "매물은 늘어나는데 매수자들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10월 현재까지 구별 주택거래건수 동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권 아파트 거래신고건수는 추석 이후 절반 이상씩 줄었다. 강남구는 지난 9월 770여건의 아파트 거래건수가 신고됐으나 이달은 21일 현재 227건에 불과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강남구는 올 들어 현재까지 총 6650건의 주택거래가 신고돼 월평균 거래신고건수가 660건 수준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사장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당분간 약보합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고 아직 저금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시장 2주 만에 급격히 얼어붙어정부가 DTI규제를 이달 초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하면서 경매시장도 급랭하고 있다.경락대출이 제2금융권에서 조달되는 특성상 이번 규제 강화로 인해 경매참여자들의 자금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 수도권 법원경매에서는 입찰 참여자가 무려 절반 가까이 줄면서 낙찰가율이 급락하고 유찰건수도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서울 남부3계 법원경매에서는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138㎡(감정가격 14억5000만원)가 2회차 경매를 통해 최저가 11억6000만원에 나왔지만 유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아파트 시세가 14억7000만원 수준인 것을 고려할 때 11억6000만원의 가격은 매력이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단 한명도 입찰하지 않은 것이다. 이 아파트는 불과 지난 7월에만 해도 158㎡(감정가격 17억원)가 2회차 경매에서 입찰자가 몰리면서 감정가격의 86%인 14억6100만원에 낙찰됐다.

한때 과열 우려까지 제기되던 경매시장이 불과 2주일 새 확 달라진 것이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초 DTI규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서울 수도권 법원경매 평균 응찰자 수가 7.5명에서 이달 중순 들어 5.3명까지 뚝 떨어졌다. 특히 서울은 평균 응찰자 수가 같은 기간 무려 7.4명에서 4.5명으로 급감했다.

이로 인해 낙찰가율도 한달여 만에 5%포인트나 하락했다. 9월 초 90.8%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 초 정부가 DTI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키로 하면서 한달여 만에 85.70%까지 주저앉았다. 특히 서울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92.1%에서 85.7%로 무려 6.4%포인트나 떨어져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고가아파트 낙찰가율 상승폭이 다른 것보다 유독 높았지만 이번 규제 강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당분간은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박일한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First-Class경제신문 파이낸셜뉴스 구독신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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