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발표 믿고 집 팔았는데.." 곳곳 분통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폐지
與입장차로 입법화 제동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완화
서울시-정부 엇박자 무산
▶강남 3구 투기지역해제
집값 뛰자 "없던 일로…"
다주택자인 김모씨는 지난달 15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개편안만 믿고 지난달 말 용산구 보광동에 묵혀뒀던 33㎡ 빌라를 4억여원에 팔았다. 그런데 다주택 양도세 중과폐지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치솟는 울분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일반세율(6~35%)이 아닌 45%의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4000만원 정도 예상했던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부아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두번 속는 것도 아니지만 정부발표를 그대로 믿고 판 내 잘못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대책이 부동산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재건축 소형의무비율을 완화하는 법까지 개정된 마당에 서울시가 이에 반기를 들었는가 하면,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도 안갯속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완화방안까지 정치권의 반대로 법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를 믿고 부동산 거래를 한 매도?매수자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으며 수요자들은 더욱 신중해진 자세로 돌아섰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폐지가 여당인 한나라당이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양도세 중과 폐지는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소급 시행하고 있는 제도여서 국회통과가 불발이 될 경우 시장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용산구 보광동 D부동산 대표는 "양도세 중과가 없어진다고 믿고 집을 팔았던 다주택자들이 잔금 날짜가 다가오면서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를 '기정 사실'로 간주하고 상담할 때마다 일반세율이 적용된다고 설명해왔는데 만약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그에 따른 책임감을 크게 느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안수남 세무사는 "법이 통과되는 것인지, 아닌지 고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문의도 폭증하고 있다"면서 "물론 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확정되기 전까지는 매매를 자제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포동 J부동산 대표는 "매매계약서에 '양도세 중과 폐지안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통과되지않을 경우 없던 계약으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달거나 법 통과 전까지 양도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매수자와 합의해 잔금날짜를 조정하려는 매도자들도 있다"면서 "집을 매매한 사람들은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재건축 소형의무비율 완화도 삐걱거리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9일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개정안에서 정부 방침과 달리 전용면적 60㎡ 이하를 전체 가구수의 20% 이상 짓도록 하는 소형의무비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개포 주공1단지 11㎡의 경우 소형의무비율이 풀리면 중형 아파트를 배정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는데 이번 조치로 소형 아파트를 배정받을까봐 불안해하고 있다"며 "특히 올들어 정부 말만 믿고 집을 산 사람들이 무척 억울해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중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한 주민은 "전용 85㎡짜리에 10년 넘게 살았는데 재건축 후에도 면적을 넓혀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고 항변했다.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 지연도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지날달까지만 해도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는 해제를 기정사실화했지만 최근 강남 집값이 불안조짐을 보이자 점차 무산되는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투기지역 해제에 맞춰 주택 매도?매수를 계획했던 수요자들은 예측불가능한 정부 정책을 원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때 집값이 크게 올랐던 것은 시장참여자들이 정부정책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방향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서 기자/py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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