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스텔란티스에게 유독 힘든 해였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라는 거대 기업이 모였지만 시너지는 좀처럼 발휘되지 않았고, 판매량과 실적은 빠르게 떨어졌다. 이 여파로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은 물러났고, 산하 브랜드 CEO도 대폭 교체되고 있다.
취임 2년 차를 맞은 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대표는 "지난해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그만큼 단단해졌고, 올해를 위해 묵묵히 기반을 다졌다"며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룹 내 브랜드 간의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해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통합하고, 신차를 공격적으로 투입해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녀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올해 25~30%의 판매 성장을 이뤄내겠다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녀가 세운 올해 계획은 실현될 수 있을까. 스텔란티스코리아 방실 대표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Q. 취임 첫해 기자간담회에서 가격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효과가 있었나?
A. 정확히는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출혈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관련 유혹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효과는 있었다. 딜러사가 적정 물량을 유지해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고 출혈 경쟁을 하지 않을 정도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Q. 그렇다면 올해 지프와 푸조 브랜드의 가격 전략은 어떻게 되는가?
A. 어려운 질문이다. 요즘 매일 아침 눈뜨면 날씨보다도 환율을 먼저 찾아본다. 유럽산 차는 유로, 미국산 차는 달러를 기준으로 차량 가격을 지불하는데, 고객들이 인지하는 가격은 변함이 없을지라도 우리가 본사에 지불하는 차량 가격은 굉장히 업다운이 심하다.
Q. 타 브랜드는 한국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기도 하는데, 본사에서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는 것인가?
A. 인도·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이 가장 작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본사에서 관심 있게 보는 상황이다.
본사의 가격 인상 요구는 "너네도 잘살아야 하니까"라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Q. 고객들이 푸조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가 낮은 중고차 시세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가?
A. 중고차 가격은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따라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신차에 등을 돌리면, 중고차 가격은 떨어진다. 결국 시장에 우리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야 하고 브랜드 신뢰도도 높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강화를 가장 먼저 강조했고, 작년부터 기존 푸조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라이언 하트'와 같은 멤버십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Q. 스텔란티스가 출범했지만 이를 모르는 일반인들도 많다. 여러 브랜드를 가진 그룹의 장점은 시너지인데, 스텔란티스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보이지 않는다.
A. 스텔란티스 산하에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불행하게도 현재 지프와 푸조 두 개의 브랜드만 선보이고 있다.
현재는 지프 브랜드와 푸조 브랜드에 각각 재구매 혜택이 있지만,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를 통합해 고객 충성도를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프터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과거 지프나 푸조 중고차를 샀을 때 공식 서비스센터를 방문해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 고객이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멤버십 프로그램도 신규 고객만을 위해 오픈됐는데, 앞으로 중고차 고객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Q. 지프 왜고니어 S 출시 계획은?
A. 왜고니어 S는 원래 올해 하반기 정도에 출시할 예정이었는데, 본사 차원에서 전반적인 신차 출시 계획들이 미뤄지고 있다. 왜고니어 S는 내년쯤 출시될 예정이다. 레콘도 마찬가지다.
Q. 지프의 경우 한국보다 다른 해외 시장이 우선이기 때문에 물량이 부족한 것 같은데, 대책이 있는가?
A. 수요보다는 수익성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수익성이 낮아서 신차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높은 환율로 인해 수익성이 낮은 상황이다. 고객들이나 딜러사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느끼는 압박은 크다.
Q. 올해 푸조의 마일드하이브리드(MHEV) 모델이 출시되는데, 현재 가솔린 모델과 어느 정도의 가격 차이가 나는가?
A. 쉽게 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앞에서 말했듯 환율 압박이 높은 상황이다. 가솔린과 가격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밀당'을 하는 중이다.
아직 가격 부분이 정확히 결정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로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Q. 스텔란티스 산하에 한국 출시되지 않은 브랜드가 여럿 있다. 알파로메오와 같은 다른 브랜드를 한국에 소개할 계획이 있나?
A. 알파로메오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브랜드다. 하지만 전동화를 진행하며 가격에 대한 허들이 분명 있다.
한국에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했을 때 국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원하는 만큼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환경 규제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이 스텔란티스코리아에 부합한지 등 여러 가지를 따져야 해 결론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각 브랜드의 핵심 모델만 뽑아오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정해진 것은 없지만, 더 다양한 모델들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다.
Q. 스텔란티스 본사와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한 중국 립모터 차량을 국내 출시하기 위해 접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A. 작년 여름에 립모터를 방문해 시승도 하고 생산시설도 둘러봤다. 긴 시간 시승하지는 않았지만, 마감 등이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좋다고 느꼈다. 가격만 좋다면 빨리 도입하고 싶다.
다만, 전기차에 대한 갑작스러운 정부의 가이드라인 변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들이 안정되고 나서 도입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일례로, 정부가 올해 초 전기차 과충전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의 충전량 정보를 충전기에 자동으로 전달되도록 개발해야 보조금을 주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부분은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적어도 2개월 이상 소요된다.
Q. 최근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한국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업계도 프로모션을 확대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지?
A. 중국 전기차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 다양성과 활력을 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기차 전반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 지프와 푸조 전기차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정체성만 명확하다면, 중국 전기차를 통해 확대된 전기차 시장에서 우리 전기차도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