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면역력을 조절하는 열쇠, 마음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4. 10. 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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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암과 마음의 관계를 탐구하는 '정신종양학'이라는 분야가 대두됐다. 정신종양학은 암 환자의 정신적, 사회적 측면에서 스트레스를 다루고 사람의 마음 특성이 암의 발생과 경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는 분야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암세포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인 암 환자다. “왜 누구는 암에 걸리고, 누구는 걸리지 않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정신종양학의 답은 "면역력의 차이"다. 면역계는 내 몸의 군대이고, 우리는 면역계를 통해 면역력을 가지며 면역력은 내 몸을 지키는 힘이다. 면역(免疫)은 질병(疫)을 면(免)하게 한다는 뜻이다. 면역력이 강하면 질병을 면할 수 있다.

암과 면역력은 밀접한 상호관계가 있다. 인체에 면역력이 충분하면 하루에 5000~1만개 이상 생길 수 있는 암세포를 무력화한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 T세포, B세포 등이 충분히 작동되고 있다면 암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면역력이 강하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면역력이 암세포보다 강하면 암은 잠재되어 임상적으로 암으로 진단되지 않고, 암세포가 면역력보다 강하면 임상적으로 암으로 진단된다.

암 치료하면 크게 ▲수술치료 ▲방사선치료 ▲항암화학요법의 3대 치료를 떠올린다. 이 세 가지는 직접적으로 암 덩어리를 없애거나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치료이다. 암 치료에는 세 가지 원리가 있다. 암이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 발생한 암을 제거하는 것, 암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암 치료의 궁극적 성패는 면역세포와 암세포의 전쟁에서 어느 쪽이 이기느냐에 달려있다. 암치료 완성의 핵심적 열쇠는 면역력 강화이다. 현대의학에서도 위 3대 치료와 함께 제4의 항암치료라 하여 면역력 강화를 위한 면역요법을 병행 시행하고 있다.

필자는 암을 극복하기 위해 4가지의 항암치료 위에 마지막 화룡점정, ‘마음의 힘(마음력)’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마음이 건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어떻게’라는 물음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여기서는 마음이 어떻게 건강 특히 면역계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겠다.

마음이 면역계에 영향을 주어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1974년 미국 로체스터대학의 로버트 아더 교수의 연구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면역학의 정설은 면역계가 자율적이며 스스로 조절된다는 것이었다. 아더 박사의 연구 이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완전히 연결되어 있고 우리의 면역체계가 신경계와 내분비계를 통해 우리의 마음(뇌)과 연결되어 있다는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했다.

마음(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시상하부에서 시작되는 두 개의 스트레스 반응 축인 '시상하부-교감신경-부신수질 축(SAM축)'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축)'을 활성화시킨다. SAM축은 자율신경계의 스트레스 경로이고, HPA축은 내분비계의 스트레스 경로이다.

‘정신신경내분비면역학’은 스트레스가 자율신경계 SAM축과 내분비계 HPA축을 활성화시키고, 이후 NK 세포, T 세포, B 세포 등 면역세포 수의 감소와 기능 저하를 일으켜,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기제를 확인했다.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면역계의 활동이 약화되기 때문에 암에 걸리기 쉽고 재발하기 쉽다는 의미이다. 마음(뇌)-신경계-내분비계-면역계로 이어지는 고리 즉, 마음이 궁극적으로 면역력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관리가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고 암세포의 성장을 저지시키고 암 재발을 낮춘다는 연구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현대의학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는 옛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암 환자는 암으로 죽지 않는다. 암에 걸렸다는 우울감, 암으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면역계를 무력화시켜 결국 암과의 전쟁에서 무릎 꿇을 때 죽는다.”

면역을 조절하는 핵심인 ‘마음의 힘(마음력)’을 길러야 한다. 마음의 힘을 기르는 방법은 ‘스트레스 관리’를 익히고 실천하는 ‘마음공부’이다. 손자병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고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이다. 마음공부를 통해 스트레스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스트레스를 다루고 스스로 어떻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룰 수 있는지를 배워야 한다. 마음공부는 면역력을 높여 암을 예방하고 재발을 막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치유 방법이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마음공부는 암 환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필요하다. 마음공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스트레스 관리를 알려준다. 마음공부는 면역을 조절하여 면역력을 높여준다. 마음공부는 우리의 삶을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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