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동차 업체에 "관세 이유로 가격 올리지 말라" 경고

조회 4,0882025. 3. 29.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 경영진에게 관세를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백악관

2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이달 초 미국 자동차 업계와 가진 전화 회의에서 가격을 올리는 자동차 업체를 백악관이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이후 일부 경영진은 가격 인상을 강행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동차 업계가 자신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전기차 보조금 및 배출 규제 의무를 폐지한 것을 고마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관세가 업계에 오히려 이익이 될 것이며 “훌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미국으로 제조업을 되돌려와서 과거 대통령보다 업계에 더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 회의에서 “여러분은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그런데 그것은 특히 우리가 추진하는 기업, 심지어 국가들까지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장려하는 정책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음 달 2일부터 모든 수입 차량과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해외 부품과 원자재를 사용하는 만큼 미국에서도 가격이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수년이 걸리는 만큼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WSJ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과거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활용해 기업들을 압박한 전례가 있으며 업체들이 중요한 승인 절차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리어의 레이 스콧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어떠한 수준의 관세라도 상쇄하거나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업계 전체가 협력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포드자동차를 대변하는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세가 가격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 익명의 자동차 제조업체 임원은 관세 부과로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겠냐”고 지적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달 초 딜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에 대한 25%의 관세가 아시아와 유럽 경쟁업체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하며 사업에 미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연방 및 주정부 대표에게 의견을 전달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딜러들이 2~3개월치의 신차를 보유하고 있어서 5월쯤 관세로 인한 영향을 본격적으로 느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 시점에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평균 차량 가격이 11~12%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방위적인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플레이션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로 생활비 부담을 느낀 미국 소비자들에게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물가를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점이 그가 승리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를 자주 언급하지 않았지만 행정부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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