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강형욱'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실기 난이도 논란
반려동물 행동을 교정하고 지도하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 취득을 위한 첫 시험이 2024년 하반기에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실기시험 문제를 두고 변별력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24년 3월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2월 22일 경기 여주에서 시행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실기시험 파일럿 테스트(모의시험)에서 시험에 참가한 훈련사들은 난이도가 너무 낮다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전문성을 평가하는 시험이라기보다, 일반인도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로 문제가 구성되어 변별력이 생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좁은 실기 시험장에서 훈련자와 ‘따라 걷기’ 등의 내용을 평가했는데, 강아지가 훈련자의 실질적인 통제 안에서 움직이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이에 전국의 반려견 훈련사들은 실기시험의 전문성 강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24년 3월 11일 농식품부 앞에서 개최했습니다. 200여 명의 훈련사들이 참여한 이 집회는, 4월 27일 첫 시행을 앞두고 있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제도 실기시험(파일럿 테스트)이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초보적 수준으로 수의사 중심의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며 재검증을 요구했습니다.
정부는 실기시험 시행을 위한 과정의 일환 중 하나라며 내달 구성될 자격시험위원회에서 더 논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제도 도입 전담반(TF) 안과 연구용역 안 등을 기반으로 준비하면서 업계 의견도 수용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시행 일정은?
농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행동지도사에게 국가자격을 부여하기로 한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은 4월 27일 시행 예정입니다.
개정안이 시행되게 되면 농식품부는 자격시험위원회를 구성해 정확한 시험 날짜를 포함한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현재 농식품부는 자격시험위 구성을 위한 준비 중에 있으며 7~8월 중 필기시험을, 10~11월 중 실기시험을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2024년에는 2급 자격시험이 우선 시행되고, 1급 자격시험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2급 자격시험은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응시할 수 있지만, 1급 자격시험은 2급 자격 취득 후 반려동물 관련 분야 3년 이상 실무경력을 갖추거나, 반려동물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실무경력을 보유해야 응시할 수 있습니다. 1급은 반려동물 전문 지도능력, 2급은 반려동물 기본 지도능력을 평가합니다.
무분별하게 발급되는 반려동물 민간 자격증
반려동물 행동지도사나 관리분야에 대한 자격증은 민간에서 주로 관리되어 왔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이러한 민간 자격증은 2023년 기준 기준 140개가 넘고, 현재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과 유사한 국내 반려동물 행동지도 관련 민간 자격증은 70여종에 이릅니다.
민간에서 발급되는 자격증에는 '반려동물관리사', '반려동물종합관리사', '반려동물행동상담사',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등 다양해 업계에 종사 중이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직종에 따라 자격증을 선택, 취득해야 합니다. 이중에는 온라인 강의 이수 시간을 충족한 뒤 단순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도 있습니다.
이렇듯 백여개 이상의 민간 자격증의 교육 과정과 검정 내용이 천차만별인 탓에 업계 혼동이 지속되자 난립하는 자격증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개물림 사고 등 사회적 문제의 급증과 반려동물의 행동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전문가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자격증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증을 통해 무분별한 민간 자격증 발급을 제재하고자 하는 것도 주목적입니다.
이번 자격 시험은 국가 차원에서의 체계적인 관리와 검증을 통해 자격증의 신뢰성을 높이고, 반려동물 전문가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입니다. 협회 및 훈련사들이 제기하는 문제점 등 반려동물행동지도사 자격시험을 둘러싼 논란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정책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고, 반려동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